매거진 뉴욕 여행

*자유의 여신상이 그 곳에 서기까지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와 언론인 'J. 퓰리처'

by 여행작가 히랑

자유의 여신상이 그 곳에 서기까지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와 언론인 'J. 퓰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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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공짜로 자유의 여신상 보러 간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상에 공짜가 드물다는 얘기다. 맨해튼에서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가는 페리는 공짜이다. 그 물가 비싸다는 뉴욕에서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시의 5개 자치구 중 하나로 허드슨강 하구에 있는 섬이다. 뉴저지 주와 브루클린에서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맨해튼에서는 페리로만 갈 수 있다. 뉴욕시의 한적한 중산층 주거지이며,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페리가 무료로 운행되는데 여행객이 타도 무방하다.

일몰시간에 맞춰 사우스 페리 역(St.South Ferry)으로 향한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를 타려는 많은 승객은 줄도 서지 않고 입구를 향해 모두 몰려 있다. 탑승이 시작되니 승객들은 운동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을 출구를 향해 나가는 인파만큼 많아진다. 메마른 논에 물이 들어가듯 승객들은 천천히 페리를 향해 들어간다. 페리가 어찌나 큰지 많던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도 안은 오히려 한산하게 느껴진다.

자유의 여신상을 잘 보기 위해 승객들이 페리 오른쪽에 서있다. 자석에 쇳가루가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은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며 황홀한 모습을 선사한다. 스태튼 아일랜드에 가까이 갈수록 손톱 만하게 보이던 자유의 여신상은 조금씩 커져간다. 오른손에 횃불 왼손에 미국 독립 기념일이 새겨진 책을 들고 있다. 전쟁, 독재, 가난을 뒤로하고 꿈과 희망을 품고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자들을 맞아준 자유의 상징이다.

페리는 맨해튼을 출발해 25분 후에 스태튼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스태튼 아일랜드에도 볼거리가 있지만 페리를 타면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게 목적이므로 되돌아오는 페리에 바로 다시 오른다. 지는 해는 하늘과 도시를 을 연분홍 빛으로 물들이고, 강물은 흑진주처럼 반짝인다. 들어갈 때 보다 더 로맨틱한 분위기다. 자유의 여신상은 하루의 임무를 완수하고 연한 초록빛에서 검은빛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 자유의 여신상에 자리를 마련해 주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철강왕 카네기가 한 말이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도 기부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세워진다.

프랑스는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로 보내지만 미국은 받침대 만들 돈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당시 하원의원(뉴욕 주, 1884년에 당선)이었던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 1847-1911)는 그의 신문사 <뉴욕 월드>를 통해 모금운동을 펼친다. 1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금되어 1886년에 뉴욕 항구에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지게 된다. 감사의 표시로 자유의 여신상의 발가락에 '퓰리처'의 이름이 빛나고 있다.

'퓰리처'는 헝가리 유태계 출신으로 1864년 미국으로 건너와 세인트루이스에 자리를 잡고 독일어 신문 <웨스틀리체 포스트>의 기자가 된다. 퓰리처는 어릴 적 교육도 잘 받고 틈틈이 책도 많이 읽은 덕에 기자가 된 후 승승장구한다. 재정상태가 좋지 못한 신문사를 사들이며 커가다가 1884년 <뉴욕 월드>를 사들여 뉴욕으로 진출한다.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존의 신문과는 다른 파격적인 신문을 만들어 미국 최대의 판매부수를 올린다.

퓰리처는 1884년 뉴욕 주 대표로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를 위한 모금이 저조하자 신문 사설에 그의 특유의 문체로 모금 운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글을 쓴다. 많은 미국인들이 기부행사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고 자유의 여신상은 별 모양의 받침대 위에 튼튼하게 세워진다.

‘퓰리처 상’ 또한 퓰리처의 중요한 업적이다. 퓰리처의 기부로 컬럼비아 대학에 신문학과가 개설되고 그의 유언에 따라 제정(1917년)된다. 노벨상만큼 상금이 많지는 않지만 언론인과 문학, 예술인들에게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최고의 상으로 '언론계의 노벨상'이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참 부럽다. 기부자에게는 자존감 향상 등 정신적 만족감을 주고, 기부받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혜택을 준다. 기부는 정신적, 물질적 행복을 선사한다. 여행자들까지도 스태튼 아일랜드 가는 무료 페리나 박물관 무료 관람 등 덕을 볼 수 있으니 여행의 기쁨은 배가된다. 사실 미국에서 모금되는 기부금은 중산층의 소액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로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도 다 기부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개인 모두 기부에 인색한 점이 아쉽다. 때로 '이 기부금은 필요한 사람에게 잘 쓰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소중한 기부금이 개인의 이익을 채우는 데 사용되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 일 게다. 미국은 기부재단을 운영해도 재단 비용을 개인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많은 기부도 중요하지만 모여진 기부금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도 중요하다.

요즘은 SNS를 통한 다양한 기부 방법이 있다. 퓰리처의 신문을 통한 기금 마련처럼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권이 아닌 대중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거나, 재능과 잠재력이 있는 자들이 맘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기부의 손길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스태튼 아일랜드 가는 사우스 페리 역 (St.South Ferry)은 메트로 1호선(red line, 앞쪽에 타는 게 좋다) South Ferry 역, 5호선(green line) Bowling Green역에서 갈 수 있다. 예약할 필요도 없고, 땡볕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20~30분 만에 한 대씩 운항하므로 그냥 서서 기다리면 모두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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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_2016-10-27_오후_10_46_08.png South ferry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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