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뉴욕 여행

*그 곳에 가면 늘 배부르다

뉴욕 할랄 가이즈와 '노란 셔츠의 셰프들'

by 여행작가 히랑


그 곳에 가면 늘 배부르다.

뉴욕 할랄 가이즈, '노란 셔츠의 셰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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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가이즈, 기나긴 줄이 맛을 평가한다.

뉴욕 한복판에 매일 진풍경이 벌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 줄은 이해를 한다지만 공원도 아니고 빌딩이 빼곡한 맨해튼 큰길에서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앉아서 음식을 먹는 모습은 이상하고 놀랍다. 뉴욕에 처음 도착한 사람은 ‘길에서 왜 이래? 여기가 뉴욕, 맨해튼 맞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할랄 가이즈를 사서 먹어보면 그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 할랄 가이즈(Halal Guys)는 밥, 고기, 샐러드와 빵 위에 소스를 뿌려 먹는 무슬림 음식으로 맛있고, 싸고, 푸짐한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이다.

힐튼 호텔 건너편(53st. 6Av, 뉴욕 현대미술관 근처)의 푸드트럭이 제 1호 점이다. 다른 곳에도 할랄 가이즈 푸드 트럭이 있지만 제 1호점의 줄이 가장 길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와 허기진 배는 더 성을 내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의외로 재미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함께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다 보면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다.

Combo bowl( 닭고기와 소고기가 들어있는 많은 양)로 주문하니 커다란 1회용 그릇에 주황색 바스마티(인도산 길쭉하고 폴폴 날리는 쌀) 밥, 닭고기, 소고기, 샐러드를 함께 넣어준다. 1개를 주문해서 2 사람이 함께 먹어도 될 정도로 양도 엄청나다. 다양한 소스 중에서 화이트소스와 핫소스를 뿌려 먹으니 느끼하지 않고 정말 맛이 좋다.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할랄 가이즈가 뉴욕의 입맛을 사로잡고 세계인을 불러들인 이유를 알겠다. 좋은 재료로 요리해 푸짐하게 담아주고, 다양한 소스 덕분에 어떤 입맛도 만족시켜준다. 특히 화이트소스는 마법의 소스라 불리며 인기가 좋다. 고소한 맛이 나는 화이트소스의 기본은 마요네즈이며 그 외에 들어간 양념은 그들 외에는 알지 못한다. 빨간색 핫소스는 아주 맵지만 느끼한 맛을 잡아주므로 조금 넣어주면 한국인들도 김치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뉴욕 할랄 가이즈, 노란 셔츠를 입은 장인들

할랄 가이즈는 3명의 무슬림이 시작한 푸드트럭(Food Truck)이다. 1990년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 아부엘레네인 (Mohammed Abouelenein)는 친구 2명과 함께 맨해튼 미드타운 교차로(뉴욕 현대미술관 주변, 힐튼 호텔 건너편)에서 핫도그를 팔기 시작한다. 당시 뉴욕의 택시 기사들이 대부분 무슬림이었는데 그들이 일하는 새벽 시간에 할랄푸드를 사 먹기가 어려워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무슬림들에게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할랄 가이즈가 탄생한다. 할랄가이즈는 택시 기사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 층의 뉴요커와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푸드 트럭 음식의 제왕’ 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며 이슬람 율법상 모슬렘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붙는 인증이다. 할랄푸드의 식재료가 되려면 독이 없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하는 3 무(無)를 충족해야 한다. 채소, 과일, 곡류, 해산물은 제한이 없고, 고기는 이슬람식 방식(단칼에 정맥을 끊는 방식)으로 도축한 양, 소, 닭고기만 할랄푸드로 인정된다. 할랄 푸드는 웰빙식품으로 인기가 좋아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길거리 음식인 할랄 가이즈는 왜 그렇게 인기가 좋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다. 택시 운전수를 위해 싸고 맛있으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사랑이 할랄 가이즈 한 그릇에 여전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30년이 다 되어가도 청결하고 본연의 맛을 유지하려는 장인정신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만족시킨 것이다.

경기도 한 왕릉 앞 해물 식당에 간 적이 있다. 해물찜, 반찬과 볶은밥까지 신기할 정도로 맛이 좋고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어 블로그에 후기를 쓰고 지인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했다. 기회가 있어 두어 번 또 갔는데 해물은 반 이상 줄었고, 조미료 국물 맛에 밥 한 그릇 비우기가 힘들었다. 같이 간 지인에게 너무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랐던 기억이 있다. 꼭 그러는 곳이 있다. 좀 잘되는가 싶으면 재료 줄이고 가격을 올린다. 왜 모를까?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취하다 보면 고객들은 어느새 알아차리고 발길을 돌린다는 것을.

초심을 잃지 않고 음식 한 그릇, 한 그릇에 사랑을 담아 대접하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리라 믿는다. 맨해튼의 할랄 가이즈 작은 푸드트럭 하나를 10억의 권리금과 그 이후 수익의 50%를 무기한으로 지불하겠다고 해도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할랄 가이즈의 본연의 정신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할랄 가이즈는 최근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200여 개의 가맹점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16년 12월 이태원에 첫 매장이 생기고 최근 강남역에도 오픈해 성업 중이다. 미국에서 공수해온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로 요리한다.

맛있는 것은 다 있는 뉴욕에서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할랄 가이즈를 사 먹으려고 기다리는 줄은 끊이지 않는다. 1초가 귀한 뉴욕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행자의 허기진 배는 발길을 멈추고 긴 줄에 합류하게 한다. 유학생들도 배가 많이 고플때 할랄가이즈 한그릇 먹으면 그 동안 곯았던 배가 두둑해진다고 한다. 오늘도 많은 뉴요커와 여행자들이 맨해튼 거리에 소풍 나온 것처럼 모여 앉아 할랄 가이즈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세계 어디에서 먹더라도 할랄 가이즈 한 그릇에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랑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


*할랄 가이즈 주소는 W 53rd St 6th Ave(1호점),

Park Avenue &55th St

307 East 14th St,

720 Amsterdam Ave

- 메뉴는 닭고기, 소고기, Combo(닭고기와 소고기), Falafel(호무스라는 콩을 갈아서 호두 정도 크기로 경단을 만들어 기름에 튀긴 것)로 4가지가 있다. 양에 따라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주는 bowl(7$)과 토띠야(Tortilla)에 싸주는 Wrap(5$)을 선택하면 된다.

영업시간은 장소에 따라 좀 다르며 낮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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