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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히랑 Jun 12. 2017

엄마, 큰 언니처럼
나를 이끌어 주는 책

<김재용 작가님의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를 읽고>

<김재용 작가님의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를 읽고>

엄마, 큰 언니처럼 나를 이끌어 주는 책


나를 위한 기도를 했다. 순간 어색하다는 느낌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나를 위한 기도를 해본 지가 언제였던가? 30년이 다 된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는 나를 위한 기도를 해 본 적이 없다. 모든 기도가 부모님, 남편, 아들을 위한 거였다.

30대 후반에 방송통신대에 편입해 공부를 했다. 그 공부도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공부였다. 대학교 졸업 후 결혼하고 연년생 키우느라 10년 이상을 공부와 담을 쌓았더니 영어가 몸 깊숙이 잠자고 있어서 깨워서 시골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목적이었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키워 논 아들들이 공부하고, 일한다고 휙 떠난 후 무리를 놓쳐 버린 양처럼 허한 마음으로 길을 방황하곤 했다. 그런 순간에 김재용 작가님의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같은 책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쯤 갈매기처럼 큰 날개를 달고 바다를 날고 있을까?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를 읽으면서 ‘작가님이 내 안에 들어갔다 나왔나?’라고 생각했다. 여자로 반백을 살아오는 동안 느꼈던 갈등과 번민들을 잘도 끄집어내어 어루만져 주는 게 신기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책 한 권을 다 나열해야 할 정도로 많다.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를 만들었을 때 이브에게 주어진 사명은 열심히 일하는 아담 곁에서 호들갑을 떨며 감탄사를 연발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아담은 힘을 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발휘해 이브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p70)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여기에 딱 맞는 말이다. 좀 싱싱하고 젊을 때 이브의 사명을 다했다면 남편이 훨씬 힘차게 일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노후준비라고 하면 경제적인 걸 제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더 중요한 건 혼자 잘 노는 기술 개발이 아닐까 싶다. 혼자 잘 놀지 못하면 가족이나 사람들에게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실망이 커져서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도 능력이다. 수명은 더 길어지고,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되었으니’(p24)

혼자 잘 노는 방법을 알아야 된다는 것, 이 시대를 사는 모두 명심해야 될 일이다. 그동안  바쁘지만 심심하고 아무 이유 없이 우울했던 게 혼자 노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인가 보다. 혼자 노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도 어렵고 알아냈더라도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끝없는 도전과 인내가 필요하다.


‘남편과의 관계는 젊어서부터 화초 가꾸듯 가꿔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둘이 있는 것조차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p125)

맞다. 결혼 후 10년쯤 되었을 때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는데 남편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선뜻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나 자신을 알아채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부부 사이인데 손잡는 것도 망설이다니……. 여태 뭐하고 살아온 거야!’ 그동안 우리 부부 사이에는 항상 두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린 손도 잡지 못할 정도로 서먹해져 있었던 것이다.

노력했다. 자주 ‘사랑한다. 말해주고 스킨 쉽도 자주 해달라고 했다. 남편은 내가 갑자기 달라진 걸 보더니 당황하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 화를 내기도 했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사건 사고가 많은 현실에서 아무 일 없이 돌아와 현관에 신발을 부려 놓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신발에 묻은 먼지조차도 내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날아와 앉은 것처럼 특별하게 느껴진다.’(p161)

요즘은 가족들의 신발이 모두 모이기도 어려운 시대다.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로 표현한 행복한 가족 자랑이 기발하다. 다행히 이번 주말에 우리 현관에도 온 식구의 신발이 모일 듯싶다.  


‘때로는 젖소처럼, 때로는 밥통처럼 폭풍 같은 시간을 살다 보면 30대가 훌쩍 날아가 버리고요. 그러다 보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내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고. 활짝 피어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p5)


‘나도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다 보니 어느 날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작은 꿈을 이뤄본 사람은 안다. 하나의 작은 꿈을 이루고 나면 그 작은 꿈이 또 다른 꿈을 불러온다는 것을. 살아지는 대로 그냥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길다. 꿈을 꾸는 것도 나. 그 꿈을 이루기 우한 내비게이션도 나. 결국 삼을 꿈꾸는 사람의 것이다. 패배감에 젖어 꿈꾸기를 멈춘다면. 자신에게 유죄다.’(p170)

나도 그랬다. 아이들이 크고 난 뒤 인생이 허무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내 인생에 내가 없이 살아왔는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나를 찾으며 살 수 있을까? 방황하다 보니 또 10년이 지나버렸다. 내 삶을 살아보려고 배우고 시도하는 것마다 모두 너무 늦은 것 같았다. 나이가 너무 많다고 사회가 거부했다. 

김재용 작가님의 작가 도전기는 나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 준다. 그 힘으로 지금 이 순간도 책 읽고, 어지럽게 머리 굴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에서 김재용 작가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오랫동안 앓아왔던 작은 통증들을 상처 치료제처럼 구석구석 잘 치료해준다. 이 책 한 권이 엄마 역할도, 언니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젊은 친구부터 인생 과도기를 지나 ‘저 세상에서 부르면 아직 젊어서 못 간다’는 60대까지도 이 책을 멘토처럼 옆에 두고 지낸다면 활기차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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