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절에 있다.

by 여행작가 히랑

난 지금 절에 있다.


난 지금 절에 들어와 있다. 고시 공부나 정신 수양을 하러 산 속 절에 들어가는 것처럼.

친구와의 만남이나 동창회도 다 끊고 기본적인 모임과 최소한의 운동만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내가 있는 절은 책꽂이, 옷장, 다리미판, 홈쇼핑 박스와 여행가방으로 둘러쌓여있고 컴퓨터가 작동하고 있는 나의 작업실이며 옷방이다. 난 매일 아침 절에 들어오듯이 그방에 들어가 컴앞에 앉는다.

난 하루에도 몇번씩 벼랑 끝으로부터 1m전에 서곤한다.

프랑스 에트르타에서 보았던 그 벼랑, 해무가 자욱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내가 지금 이걸해서 뭐하나? 그냥 매일 매일 놀면서 편하게 지낼까? 내가 쓰는 이책을 누가 읽어주겠어?

시도때도 없이 밀려드는 절망감 때문에 그 곳에 서성이곤 한다.

그리고...

99세에 생애 첫 시집을 낸 일본 시인 '시바타도요', 75세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미국 화가 '모지스 할머니'를 생각하며 벌떡 일어난다.

'난 그들보다 젊잖아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어.'

'해무가 걷히면 맑고 찬란한 광경이 펼쳐질거야.'

090324_etretat02.jpg 프랑스 에트르타(쿠르베)


오늘도 찾아온 약한 마음, 벼랑 끝 1m 전에서 'Black'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짐승같은 아이, 미쉘이 있다. 부모도 포기한 그녀에게 한 선생님이 찾아온다. 그는 삶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처럼 보이고 알콜중독자처럼 보인다. 선생님은 술, 담배 다 끊고 미쉘에게 기본 예절을 가르치고, 손으로 사물을 만지게 하고 입술로 알파벳을 가르친다. 미쉘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고 일반 대학교에 도전한다. 선생님은 미쉘과 학교에 다니며 수업내용을 손과 팔의 통증을 느낄정도로 모두 수화로 그녀에게 전달한다. 여러번 시험에서 낙제해도 선생님은 '거미가 집을 지으면서 수도 없이 떨어지지만 결국은 완성한다.'는 말로 용기를 주며 계속 도전하게 한다. 드디어 그녀가 졸업시험에 합격하고 졸업식에서 학생들 앞에 서서 '다른 사람이 20년 만에 하는 일을 그녀는 40년이 걸렸고 그 은혜를 선생님께 돌린다'고 소감을 말한다.


그녀는 졸업식 날 졸업가운을 입지 않았다. 그토록 그녀의 졸업을 보고 싶어했던 선생님도 졸업식장에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선생님은 알츠하이머로 그의 제자 '미쉘'을 기억하지 못하고 병원에 있다. 그녀는 졸업가운 입은 모습을 선생님께 최초로 보여드리기 위해 졸업가운을 입고 꽃을 들고 병원에 찾아간다. 그녀와 선생님은 쏟아지는 비를 만지며 Water '워'를 손과 입술로 만지며 외치고, 선생님은 그녀를 기억해낸다. 선생님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선생님이 미쉘에게 가르치지 않은 것은 오직 '불가능'이라는 단어였다.


약해지지마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짖지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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