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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Oct 30. 2022

긴장하면 얻게 되는 좋은 결과?

얼마 만에 양손 다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가!!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셔서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남편은 일이 많아 함께 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핸들을 잡아야 했다. 요사이 가까운 거리만 운전을 했었다. 길어야 40분 정도의 거리를 운전했다. 보통은 애들 등하굣길 운전이나 아이들 학원 델 다주는 정도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이동할 때는 늘 남편이 운전을 한다. 그러니 장거리 여행의 경우 주로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이틀 전 여행을 가기 전 짐을 싸면서도 여행의 들뜬기분보다 사실 운전이 더 걱정이 되었다. 가족들에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가족들 모두 태우고 가는 여행에 핸들을 내가 잡아야 하니 부담감이 너무도 컸다. 짐을 바리바리 싸서 7인승 차에 6명이 타고 남은 한자리에 짐을 실었다. 인원수가 많으니 짐도 줄인다고 줄였지만 그래도 많았다. 제일 큰 가방을 하단에 깔고 테트 릭스 쌓듯 구석구석에 쌓아 넣었다. 처음에 과연 싸놓은 짐을 다 넣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차근차근 넣으니 공간이 여유가 있었다. 룸미러로 뒤를 볼 여유공간을 비워두고 운전석에 앉아 출발했다. 

 시작부터 길을 반대방향으로 출발해서 긴장을 나름 풀고 핸들을 꽉 잡았다. 운전면허 처음 칠 때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운전하면서 양손에 땀이 났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110킬로까지 달리기는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늘 먼길 험한 길은 남편이 운전을 해서 나는 부담감 없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운전할 땐 옆에서 간식 챙겨주고 물병 뚜껑 따서 주는 정도로 보조만 했었다.  새삼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아무 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2박 3일의 재미난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마지막 날은 또 긴장되었다. 짐을 차에 실는 순간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옷을 흠뻑 젖었다. 게다가 청바지를 입었으니 얼마나 꾸꿉한지... 뻣뻣한 자세로 머리는 젖어서 미역이 된 상태로 운전하게 되었다.  운전 시작 전 짐 챙기느라 힘을 썼더니 차 안에 열을 뿜어서 온통 유리가 뿌옇게 변해 밖을 볼 수가 없었다. 에어컨 켜고 창문을 열었다 내렸다를 몇 번 반복하고 시야를 확보하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비가 너무도 많이 와서  80킬로 길에서 60킬로로 기다시피 천천히 갔다. 다행히 뒤차도 비가 와서 그런지 너그럽게 기다려 줬다. 그렇게 달리다가 고속도로를 진입하자 110킬로 싸인을 확인하고 달리는데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어깨 팔까지 당기기 시작했다. 비가 오니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앞차에서 뿜어 대는 물까지 길이 엉망징창으로 보였다. 그렇게 날씨가 흐렸다가 비가 오다가를 반복하는 길을 달렸다. 시간이 흐르자 졸리기 시작했다. 낯선 길에선 음악을 틀지 않는데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웬걸 음악소리가 리듬이 이상하게 들리는 게 아닌가. 피로가 몰려와서인지 음악소리가 음정이 맞지 않게 들렸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음악을 끄고 달렸다. 다행히 2시간 50분 거리를 무사히 운전해 집까지 도착했다. 빗길에 비포장 도로까지 달렸으니 차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나 또한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배는 고팠지만 먹고 싶지 않은 그런 상태가 되었다. 


얼마 만에 양손 다 핸들을 잡고 운전을 했을까? 

아니 얼마 만에 느껴본 불안감과 긴장감일까?


시속 110킬로 길에서 핸들을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가족 모두 함께 타고 있는 차에서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이 긴장하고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잡은 것이다. 그 결과 더 안전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긴장하면서 얻은 좋은 결과가 과연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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