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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Nov 13. 2022

나를 마냥 기다리는 이

인사하지 않고 나갔더니 망부석처럼 게라지 문 앞에서 기다리는 코비

토요일 아침, 언니가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조카의 아침 픽업을 내가 하기로 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예상시간보다 5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요즘 주말은 아이들의 스케줄이 많이 없는 관계로 여유롭지만 이번 주말은 노선이 필요했다. 우선 조카를 내년에 들어가는 학교 모임이 있어서 아침에 내려주고, 한국에서 3개월 일정으로 계신 아빠와 함께 헬스장을 갔다가 다시 우리 집으로 가는 오전 일정이었다. 늘 시간에 쫓기지 않으려 애쓰지만 오늘같이 도로에 교통사고가 있는 날은 일찍 나와도 약속시간에 늦을 때가 종종 있다. 

언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조카와 아빠는 벌써 게라지 문을 열고 기다리고 계셨다. 차에 타고 빨리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 엄마가 코비를 데리고 나오시는 순간 아빠는 바로 게라지 문을 내리셨다. 때문에 우리는 인사할 틈도 없이 서둘러 조카 학교로 출발했다.


조카를 무사히 학교에 내려주고 언니한테 전화를 한 시간은 10분 정도 지난 시간이었다. 코비가 인사를 하지 않고 가서 마냥 문 앞에서 울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내온 사진이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코비의 뒷모습이었다. 헬스장으로 향하던 길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코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인사 못하고 갔다고 사과하고 한번 안아주고 다시 나왔다. 그 후 코비는  문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안정된 모습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평소의 모습으로 있다고 걱정 말라는 뜻의 문자가 왔다.


반려견의 사랑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그의 속마음이 궁금할 때가 참 많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짠하기도 하고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하고... 하루에도 100가지의 표정으로 말을 한다. 

나를 마냥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말 못 하는 코비의 서운함이 전해져서 짠하기도 하다.


코비야~ 다음부턴 꼭 인사하고 갈게! 

미.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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