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수면 루틴
저녁 8시.
언제부턴가 이 시간은
조용한 전쟁의 시작이었다.
바다는 잠들기 싫고
나는 재우고 싶고
사실은 나도 지쳐 있었고
그 지침이 바다에게 흘러갔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동안은 망태할아버지를 꺼냈다.
“하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는 거야.”
겁을 주고, 덧붙였다. 괜찮은 포장처럼.
그때는 그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지금의 나는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바다가 말했다.
“나 풍선총으로 망태할아버지 쏠 거야.”
그 말이 웃겼지만 동시에 나를 멈칫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더 이상 단순한 외부 권위의 압박으로 잠을 유도하기보다,
바다가 스스로 잠드는 일에 의미를 느끼고,
그 힘을 자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수면 루틴을 바꿔야겠다고.
그리고 우리는 망태 할아버지를 보냈다.
“바다가 너무 많이 커서,
이제 바다를 무섭게 할 필요가 없대.
그래서 안 오신대.”
라는 말을 하며.
사랑은 때때로 무서운 얼굴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그 얼굴을 바꿔주고 싶다.
겁을 주는 대신 믿어주는 방식으로.
닷새 째 우리의 저녁은
바다 안의 씨앗을 틔우는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