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수족구

전염병에 드러난 아이의 마음, 그리고 나의 마음

오늘 바다가 다시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며칠을 앓고 난 뒤, 바다는 수족구에서 호전됐다.

긴 가정보육을 마치고 한숨을 돌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바다가 아팠을까?’



어린아이의 몸은 곧 마음의 무대이기도 하다.

수족구는 전염병이지만,

누가 더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병이기도 하다.



바다의 몸에 나타난 수족구는,

사실 요즘 바다의 마음의 혼란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요새 바다는 릴레이션이 부쩍 치솟았다.

엄마 품을 더 찾고, 애교도 늘고,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확인받으려 했다.

그런데 나는 바다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꽤 드라이하게 굴었다.



그 이유를 곱씹어 보니,

나에겐 뱃속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있었다.

‘자연임신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나만의 믿음,

그리고 그 불안을 달래려면 요가, 여가, 공부 시간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집착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플랜에 강박적으로 몰두한 엄마는 아이를 충분히 보지 못했다.

그러다 아픈 바다를 간병하는 동안

나도 몸살감기에 걸렸다.

이것 역시 단순히 피곤해서만은 아니었다.

‘계획한 대로 일상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고,

결국 나와 뱃속 아기를 지키고 있지 못하다’는 혼란이

몸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임신, 수족구, 몸살.

이것은 따로따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단순한 유행병이나 스트레스성 질환도 아니었다.

나와 바다가 함께 겪은,

새로운 변화 앞에서의 하나의 마음 이벤트였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무 비장하지 않아도 돼,

잘 하고 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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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