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내 앞에서 가장 많이 흔들린다.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고,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인다.
외할머니나 다른 사람의 앞에서는 조금 덜한 모습이기에
나는 가끔 헷갈렸다.
'혹시 바다는 나보다 외할머니가 더 좋은 걸까?'
'외할머니가 더 여유 있고, 더 잘 받아주니… 바다는 그 관계가 더 편한 건 아닐까?'
하지만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가장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바로 나라면,
그건 내가 바다에게 가장 안전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엄마는 엄마다, 엄마는 대체할 수 없다 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안에는 물음표들이 가득했다.
'나는 바다에게 감정을 받아준 엄마였을까?
아니면 감정에 휘둘리고, 때로는 밀쳐낸 엄마였던 건 아닐까?'
'나는 늘 늦게 마음을 읽었고, 그래서 충분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런 내가 바다에게 가장 안전한 존재였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완벽한 엄마는 아니었다.
바다의 히스테릭한 반응에 나도 감정적으로 무너졌고,
마음 읽기는 항상 육퇴 후에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항상 바다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내가 너무 늦게 알게 된 순간에도,
다시 바다와 연결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아이의 마음은 언제나 먼저 움직이고,
엄마의 마음은 그걸 뒤쫓아 해석하며 따라간다.
그래서 때로는 늦고, 때로는 서툴다.
그렇지만 나는 바다와의 연결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바다야, 엄마가 네 마음을 읽으려 한다는 걸 느끼고 있니?
그래서 엄마 앞에서 더 마음을 꺼내 보여주는 거지?
고마워 바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