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와 연주, 성향과 마음 사이에서
쇼팽의 곡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곡이라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음악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도 처음에 클래식을 들을 때는 그저 녹턴이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나만의 기준으로 연결해놓은 곡과 연주자의 조합으로 듣는다.
같은 악보지만, 어떤 연주는
마치 속절없이 울듯이 흐르고,
어떤 연주는
절제된 슬픔으로 조용히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쇼팽스페셜리스트를 따라간다.
악보는 같아도,
그날의 감정, 그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고유한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이도 똑같구나.’
같은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라도,
표현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우리 바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녹턴을 연주한다.
나는 바다를
로맨티스트 성향이 강하고, 아이디얼리스트 성향도 있다고 이해해왔다.
감정이 섬세하고,
상상이 크고,
내면의 흐름이 크다.
어느 날은 폴리니처럼 담담하게,
어느 날은 랑랑처럼 모든 감정을 폭발하듯 내뿜고,
어떤 날은 조성진의 쇼팽처럼
슬픔을 우아하게 눌러 담으며 스스로를 조율했다.
처음에는,
이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알면
그에 맞는 육아법도 따라올 거라 믿었다.
WPI를 공부하면서
‘로맨M자 아이는 이렇게 해야 해요’
‘아이디얼 성향은 이렇게 접근하면 돼요’
그런 정답 같은 조언을 기대했다.
마치,
악보만 제대로 읽으면
연주도 저절로 잘 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다와 상담을 진행한 선생님께 물었다.
“그럼 로맨M자는 어떻게 키워야 해요?”
그때 선생님은 말했다.
“성향은 참고일 뿐,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셔야 해요.”
나는 순간 조금 황당했다.
‘성향을 알려줬으면, 그에 맞는 육아 지침도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뭔가 설명해주다가
갑자기 발을 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바다와 나의 많은 날들을 지나
그 말이 조금씩,
아주 천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성향은 악보일 뿐이고,
연주는 마음이 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은
날마다, 순간마다,
다른 해석과 느낌으로 연주된다는 것.
어떤 날은 조용히,
어떤 날은 격정적으로,
어떤 날은 아련하게,
바다는 자기 마음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