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시간

육아의 순간들

두 달 전부터 아이는 유아체육 수업을 듣고 있다. 잘 적응하는가 싶더니 저번주부터 시작된 수업 거부.

분명히 차안에서도 "가고 싶다","좋다" 말하던 아이가 센터에 도착하니 갑자기 수업을 안 하겠다고 한다.

아이를 보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속이 상한다. 수업료도 아깝고, 일은 계획하고 기대한대로 흘러가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이 왜 이렇게 변하는지 몰라 당황스럽다. '남은 횟수는 그냥 날렸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그냥 오지 말까?'라는 생각까지 스친다.


로맨티스트 성향이 강하고 아이디얼리스트 성향도 있는 아이는 감정을 기반으로 몰입한다. 아이는 지금 '거부'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수업에 대한 불편함이나 자기 안의 감정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 나는 심리상담을 공부하며 아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됐지만, 그 순간에는 욱하는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내가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허무와 분노... 당연하지.

그렇지만 지금 이성을 잃으면,

나는 나중에 분명 후회할거야.'



숨을 쉬고, 내쉬고 몇 번을 반복한 끝에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집에서 응원군으로 가져온 인형들과 함께 교실 창문 너머에서 아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가 기대하고 있고,

토끼랑 빠기가 날 보고 있어.

그럼 나도 해봐야겠는걸?'



아이의 마음이 이랬을까. 수업이 시작한지 30분이 좀 안 됐을 때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주고 신뢰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자기 마음을 다잡고 들어온다. 시선, 감정, 분위기에 민감하고 '사랑 받고 있나'가 중요한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확인했고,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나 잘하지?"



신나게 수업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건낸 짧고도 뭉클한 이 한마디는



"엄마, 나 노력했어. 그거 알아줘."

"엄마, 나 좀 괜찮아졌어. 나 어때?"

"내가 용기 낸 거, 엄마가 봐줬으면 좋겠어."

"내가 다시 해보는 모습, 인정해줘."



라는 말로 들렸다. 아이는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업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로맨티스트와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을 가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조율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확인받는 것이 필요했다.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고, 나는 그런 아이를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내가 심리 상담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나와 아이의 마음을 더 따듯하게 읽기 위해서라는 걸 오늘 또 한번 느꼈다.



아이의 마음은,

제때 피지 않아 속상한 꽃봉오리가 아니라

피어날 때를 아는 섬세한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