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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Nov 08. 2021

머리카락

코로나 이전에도 미용실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코로나가 된 이후로는 미용실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단발머리는 어느새 허리선까지 자랐고, 모발이 굵고 숱이 너무나 많은 반곱슬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이 정도로 길면 누웠을 때 머리가 내 몸통 밑으로 깔려 머리를 들 때 당기게 된다. 내가 내 머리채를 잡아 끄는 것이다. 


이틀 전 밤에는 그게 몹시도 거슬렸다. 불행하고 불행하고 불행한 느낌으로 가득했던 그 밤에 내가 내 머리채를 잡아 끄는 몇 번의 반복이 거슬렸다. 그래서 머리를 잘랐다. 머리가 길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셀프 컷이 가능하다는 것. 머리를 잘라내고 숱을 왕창 쳤다. 당연하겠지만 양쪽 머리의 발란스가 살짝 맞지 않고 잘린 끝이 조금은 아무렇게나 느낌이었다. 거울로 보면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제 내 머리채를 내가 잡지 않겠지-하는 생각밖엔. 


그리고 편하고 길게 잤다. 그거면 됐다. 머리 따위 얼마나 잘려 나간 들, 다시 자라날 텐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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