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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Nov 18. 2021

청첩장

좋아하는 사람들의 결혼 소식은 항상 기쁘고 신나

서른이 넘어 들어가게 된 직장.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없게 되어 직장인의 삶을 시작하였다. 첫 직장에서는 온갖 버라이어티 한 일이 많았는데도 난 항상 그 첫 직장에 대한 느낌이 좋다. 지금까지의 직장들을 생각해보면 그 직장이 그래도 선녀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거기서 만난 인연 중 두 명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산다. 그중 한 명은 일찍 회사 생활을 시작해서 나보다 몇 달 먼저 입사한 선배인데 나보다 한참 어렸다. 그 친구와 나는 죽이 잘 맞았고 집도 비슷한 방향이라 거의 매일 여기저기 다니며 놀았다. 나를 참 대단하게 봐주는 친구여서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해 줬고, 나도 그런 그 친구를 좋아하고 귀여워했다.


오늘 그 친구가 청첩장을 줬다.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성년의 날 축하해준다고 나와 당시 대리였던 사람이랑 둘이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꽃 사고 향수 사고... 키스는 줄 수 없으니 그건 알아서 하라며 선물해줬고, 회사 안의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알게 되어 제각각 축하를 해줬었는데. 그게 엊그제 같은데, 아, 드디어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구나.


청첩장을 주며 그 친구가 물었다. "언니는 결혼 안 해요?" 그래서 나는 "결혼 생각이 없고, 날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그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역시나의 대답이었나 보다. 


나는 언니가 배우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요?

언니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걸 혼자 짊어지고 있었으니까 누군가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주면 좋겠어요.


그 말이 좀 울컥했다. 아. 알아주는 사람 있구나. 가족도 못 알아주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고, 바라기까지 해주는구나-라는 생각에.


결혼과 관련 해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역시 결혼 준비 과정들은 재밌어. 웨딩드레스도 너무 예뻤다. 그 친구에게 찰떡으로 잘 어울렸다. 배 터지게 먹고 치마 단추 날아가던 때도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예쁜 신부가 되는 날이 오다니. 기쁘다. 기뻐.


.

.

.


그러고 보니 결혼 안 하고 나와 함께 나이 먹어 가기로 한 자들이 하나같이 결혼을 하고 있구나. 그래. 내가 최전방에 있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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