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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Mar 07. 2022

솜사탕 오토바이

어렸을 때, 옆 집에는 솜사탕 아저씨가 살았다. 오토바이 뒤에 솜사탕 기계를 달고 매일 여기저기서 솜사탕을 파셔서 솜사탕 아저씨다. 동네에서는 주로 초등학교 앞이나 등산로 입구에서 보곤 했는데, 아저씨 말로는 오토바이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다닌다고 하셨었다.


솜사탕 오토바이가 며칠 동안 안 보이다가 하루 이틀 정도 아저씨네 집 앞에 서 있었을 때가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전국 어디든 돌다 돌아와서 하루 이틀 정도는 쉬시는 거 아니었나 싶은데, 그때 나와 동네 아이들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 날에는 눈이 반질반질 해져서 아침부터 그 오토바이 근처에서 놀 뿐이었다. 운이 좋으면 아저씨가 우리에게 솜사탕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느지막이 기지개를 하시며 대문을 활짝 열고 나오셔서 놀고 있는 우리들을 보시고는 "한 줄~" 이렇게 외치신다. 그러면 친구고 뭐고 우정 다 버리고 내가 먼저라며 앞다투어 줄을 섰다. 한 명당 한 개의 솜사탕을 만들어주셨는데, 또 먹고 싶은 마음에 솜사탕을 입안으로 우적우적 욱여넣어 먹어 버린 후, 볼에 바람 넣고 나 아닌 척 줄을 다시 서거나, 귀 뒤로 머리를 마구 넘기며 다른 사람인 척 줄을 다시 서곤 했다. 동네 아이들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많은 숫자도 아니었고, 자주 보는 아이들이었으니 얼굴을 모를 리 없었건만, 아저씨는 "이사 오셨나 봐요~" 하면서 하나 정도는 더 만들어주셨었다. 얼굴만 한 솜사탕을 먹다 보면 손이고 얼굴이고 할 거 없이 끈적하게 묻게 되는데 그럴 때면 아저씨는 "솜사탕을 입으로 먹어야지 얼굴로 다 먹냐!" 하시며 웃곤 하셨다. 


요즘은 자동으로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기계도 많고 또 아예 과자처럼 솜사탕이 만들어져서 팔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때의 그런 솜사탕 맛이 아닌 것 같은 건 내가 나이 들어 버린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만들어주는 사람의 마음과 솜사탕을 기다리는 신나는 초조함이 없어졌기 때문은 아닐까-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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