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애인이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라고 물었다. 며칠 전, 꿈에 김남길이랑 알콩달콩 했던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 기념일인 거 알아?"라고 물어봐서 약간 당황했었기 때문에 비슷한 질문을 받자 또 약간 당황하게 됐다. 분명히 며칠 전이 기념일이었으니 기념일은 아닌데, 둘 다 생일도 아닌데.
"여성의 날 이래."
갑자기 허탈했다. 여성의 날인데 왜요-라고 했더니 자기도 여성의 날이 언제인지 그런 날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회사에서 여성의 날 이벤트 준비하는 거 보고 알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의 날이 어떤 날인지 찾아보다가 그냥 괜히 축하해 보고 싶어졌다고.
그러면서 내 돈 내 산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데 나한테 잘 어울릴 법 한 걸 선물이라고 줬다. 원래 여성의 날에는 빵이랑 장미 한 송이를 주는 거라는데, 자기는 자기가 고르고 고른 어울리고 좋다고 생각하는 걸 선물하니까 앞으로도 본인한테 어울리고 본인한테 좋다고 생각하는 거 많이 하고 살라고 했다.
나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여성의 날을 상기시켜주고, 여성의 날이지만 여성으로써라고 하지 않고, 본인으로써 그렇게 살라고 얘기하니까 어쩐지 더 와닿기도 하고. 내 식의 멘트 처리이기도 해서 애인이 정말 나를 잘 아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스위트 하다 싶기도 하고. 좀 달라 보이기도 하고.
좋아, 앞으로도 나한테 어울리고 나한테 좋다고 생각되는 거 많이 하고 살겠다! 고맙다 새삼 깨닫게 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