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앉아 허리까지 길어진 숱 많은 머리카락을 쇄골까지 잘라냈다. 아직 머리가 다 다듬어진 것도 아니고 염색도 남았는데, 나는 이미 만족했다. 너무나 가벼웠으니까.
무거운 것은 잘라내면 된다. 잘라내기 두려운 건 수습할 방법을 모르겠어서, 그게 두려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무거운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대로 흘러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어느 것이든 맘을 먹었을 때 잘라내는 것이 맞다. 내가 먼저 가벼워지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리고 내가 가벼워지는 순간 이게 이렇게 무거운 것이었구나, 내가 이런 걸 굳이 참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수습할 것들에 대한 방법은 나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가벼워졌으니까. 그리고 그동안의 일들로 깨달은 것들이 있으니까 앞으로 천천히 수습해 나가자. 내가 중도를 잃지 않고 버텼다는 것에 칭찬 먼저 해주어야지.
잘라낸 머리도 다시 기르면 그뿐. 나도 다시 새롭게 나아가면 된다. 이미 벌써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