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공간을 거슬러 가도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
<인터스텔라>가 재개봉을 했다. 내게는 어떤 시그널이 있었을까. 책을 툭 떨어뜨리고 STAY라는 글씨를 남기는 그 시그널이 내게는 언제, 어떻게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도처에 깔려 있었고, 순간순간이 그만 멈추라 신호를 보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안일함과 무지함으로 그저 '선의'라는 마음 하나로 얻는 것은 하나도 없이 잃는 것만 있는 일을 선택했다. 그 후 놀랍도록 무참히 지워져 버린 그 선의는 빛을 잃은 지 오래이다. 그래서 후회가 시작됐다. 계속해서 그 선택을 후회하며, 특정 순간들이 주던 시그널을 되새겨본다.
하지만 일어날 일이기에 일어났을 것이니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괴로워하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것이다-라고. 아무리 시간을 거슬러 가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바뀌어도. 홀로 남겨진 세상에서 숨 하나를 토해내더라도.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생명체이기에 또 한 번 말해본다. 나 스스로를 속이고,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