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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그리고 선리기연

좋은 영화는 언제까지나 함께다

by MITCH



<서유기 : 선리기연>은 1995년 홍콩에서 개봉한 '주성치' 영화다. <월광보합> 후속편으로 영화의 핵심은 운명적 사랑, 타이밍의 어긋남, 그리고 수용과 희생의 작품이다. '손오공(지존보)'은 사랑하는 '자하'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고, 필사적으로 타이밍을 바꾸려 하지만 결국 사랑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은중과 상연>에서 <선리기연>을 소환한 것은 이 영화가 드라마의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은중'은 '지존보'와 닮아 있다. 관계 속에서 계속 흔들리고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상연' 곁에 남는 선택을 한다. '상연'은 '자하'같은 존재다. '은중' 인생의 끝까지 영향을 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은중'을 완성 시킨다. '은중'이 '상연'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는 장면은 '지존보'가 사랑을 보내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과 겹친다. 여기에 '김상학'과 '천상학'까지 포함 시키면 그림이 완성된다.



'김상학'의 닉네임은 '오맹달'이었다. <선리기연>에서 '오맹달'은 '이당가'로, '지존보'의 충직한 부하였고 친구다. 늘 곁에서 그를 돕는 조력자지만, 이야기의 키를 쥐고 있지는 않다. 그는 관찰자이자 전달자이며 '지존보'의 서사를 이어주는 인물이다. '김상학'이 오지랖은 넓지만 매력은 희미하고 존재감만 있었던 것이 이 캐릭터성과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천상학'의 닉네임은 '막문위' 이름에서 따온 '무니'인데, <선리기연>에서 '백정정'을 연기했다. '백정정'은 '지존보'가 격렬하게 사랑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첫사랑이다. 그녀의 존재는 '지존보'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다. '천상학'도 '은중'에게 그런 역할을 한다. '은중'은 '천상학'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연'과의 관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더 선명하게 인식한다. '천상학'은 매력이 충분히 표현되고 서사도 살아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김상학'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인상 깊다. '이당가'와 '백정정'을 대비시켜 보면, 두 인물이 왜 이렇게 그려졌는지 납득할만하다.



'오맹달'과 '막문위'를 대응 시키고 보면, 드라마의 균형이 더 잘 보인다. '김상학'은 서사의 안전지대, '천상학'은 감정의 폭발 지점이다. '김상학'은 '은중'이 선택을 유예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만, '천상학'은 '은중'에게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이 대비가 결국 '은중'을 '상연'에게 이끄는 동력이 된다.



<선리기연>이 3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인생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서사와 캐릭터들 덕분이다. 웃고 울고 끝내 받아들이게 만드는 이야기. <은중과 상연> 드라마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적더라도, <선리기연>을 거울삼아 완성한 기이한 인연을 끝까지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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