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sign My Life Jan 27. 2022

#A1. 왜 DESIGN MY LIFE 인가?

회사를 퇴사하면서 나는 내 인생 캔버스를 직접 그리기로 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꿈도 계획도 없던 내가 첫 직장에 입사하면서 3번의 부서 이동이 있었고, 두 번째 부서에서 있던 일들을 시작으로 내 인생이 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알바가 아닌 월급이 필요했다. 그나마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로 제대로 된 이력서 준비도 해본 적 없는 나는 PC방에서 이력서를 여기저기 전송했다. 나의 작은 기도가 안쓰러웠는지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 한통을 받았다.


시간 약속에 대한 책임이 강한 나는 30분 일직 도착하려고 지하철 출구를 나서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력서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그때서 난 거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이력서 양식을 구매하고 앉아서 빈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빈칸을 다 채우자마자 나는 이력서를 꼬깃꼬깃 접어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면접장소까지 뛰어갔다. 반전이다! 나는 당당하게 들어갔다, 허접한 이력서 따위가 내 기를 죽이지 못했다. 그리고 면접 보던 실장님이 나를 만족해하셨고 나는 첫 취직에 성공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1년이 지나고 2년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부서 이동시키느냐 마느냐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했고, 나는 하라면 하라는 대로 부서 이동을 했다. 교육기획을 하는 업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사수는 참 착한 분이셨다. 일을 참 잘하던 사수와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건 기본이고 일에 대한 나의 태도와 열정은 인턴보다 못한 될 대로 되라라는 식으로 보였을 거다. 나에 대한 불평을 하던 사수에게 실장님은 더 잘해보라고 답하던 모습을 봐버렸다. 실장님은 그런 나를 붙잡고 매일 같이 인생에 대한 지혜와 사회생활에 대한 예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고, 미팅에 꼭 참여시키며 나를 "원석"이라고 표현하면서 틀이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했주셨다.


전체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기획실이 해체 위기에 놓였다. 

그러면서 기업교육을 담당하던 부서에서 강사들을 관리하는 메인 자리가 2주 뒤면 공석으로 예약돼있었고 누군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어야 했고, 강사 관리 경험, 시스템 활용 경험 그리고 회사에 대한 기본 시스템 이해가 있어야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나였다. 그렇게 나는 3번째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차피 해체를 원했던 회사는 인건비도 아낄 겸 나를 부서이동시킨 게 아닌가 싶다.




어는 저녁, 나의 사수는 일직 퇴근을 하였고 실장님이 나를 자리에 불렀다. 그러고는 나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 말씀하셨다. 나는 일에 대한 큰 열정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의리와 충성심은 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실장님만 바라보고 쭉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를 포기하신다는 말은 생각도 못 했다.

"나는 네가 원석 즉, 하얀 백지라고 생각했고 내가 그 백지에 그려 나가려고 했어. 근데 그 종이가 수성이었는지 잘 그려지지 않았어. 내가 그 백지에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티 내지 않으려고 덤덤히 듣고 있던 나는 한마디 했다 "그럼 수성펜으로 그리시면 되잖아요."

한 번도 대꾸하지 않던 내가 꼬리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셨는지 당황해하시며 "그렇지... 수성펜으로 그리면 되겠지, 근데 나에게는 수성펜이 없어. 그리고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닌 나의 한계점인 거 같아."라고 마무리를 지으셨다.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눈물을 흘렸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당신 스스로를 탓하면서 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니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고, 순간 삐툴어지기는 했지만 강력하게 기억에 남은 그때 그 상황은 나를 큰 전환점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래! 내 인생인데 왜 남이 나의 인생을 그려줘, 내 인생 내가 그릴 거야!




사실 우리 실장님은 나의 부서 이동을 처음에 반대했다. 그런데 해체 위기에 놓인 기획실이기 때문에 결국 승인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한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 실장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으셨을 거다. 나는 한 번도 그 실장님을 미워한 적이 없다. 오히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의 인생 캔버스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변화된 나의 삶은 고민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