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무조건 하나씩 Project #02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스페인의 대표 건축물인 이 건물은
스페인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르는 명소입니다.
이곳에서 경이로움,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들은 저마다의 감상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성당이 제게 전해준 것은 새로움에 대한 포용력 이었습니다.
성당의 동쪽에는 나시미엔토(예수의 탄생)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서쪽에는 파시온(예수의 수난)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200년이 넘는 건설기간을 예상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인 만큼,
가우디가 성당의 동쪽과 서쪽의 모든 조각을 완성할 수 없었습니다.
가우디는 동쪽면의 나시미엔토 조각을 완성한 뒤 세상을 떠납니다.
가우디가 죽은 30년 뒤 서쪽면의 조각이 시작됩니다.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
프랑스의 모더니즘 조각가가 조각을 담당했습니다.
물론 가우디가 완성한 동쪽면과는 전혀 다른 추상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가장 먼저 동쪽 면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가우디의 작품을 감상하고 실내로 들어가
서쪽 면으로 나가게 되는데요.
그곳을 방문 할 당시
서쪽 면에는 가우디가 조각한 것과 최대한 똑같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조각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전혀 다른 해석의 조각들을 보면서도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의미와 규모의 건물이기 때문에 더욱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너무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이 정도의 불균형을 포용하고
당대의 전문가에게 해석과 표현을 위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하는 결정들에 대해 누군가는 칭찬하고, 누군가는 비판합니다.
어떤 선택도 이 두가지 일을 모두 겪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쉬운 일일 수 있지요.
하지만 모든 결정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칭찬이나 비판과 상관 없이 세상에 내놓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서쪽면을 나서서 뒤를 돌아보던 순간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을 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서쪽 면이 저에게 용기있는 결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첫번째 이미지 였던 것 같습니다.
만약 스페인 사람들이 이런 결정을 하는데에
‘용기’ 같은건 필요도 없다고 한다면,
부러워서 배가 아플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