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무조건 하나씩 Project #13
연락처에 있는
걸지 않는,
그리고 걸려오지 않는
이름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겨우 ‘ㄱ’에 빈자리를 조금 만들었다.
조만간은 채워질 일이 없을 것 같은 빈자리 들이다.
비우면서 마주치는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의
연락처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지 않기 위한 기록.’
연락처에는 그런 의아한 기록들이 가득했다.
결심한 것만큼 과감하게 많이 비워내지도 못했다.
이 사람은..
이 사람은..
생각만큼 홀가분하지도,
기대만큼 뿌듯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을 찾는데 필요한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긴 할 것 같다.
이 글을 읽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내 연락처에 살아남아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