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와 집주인의 위치

“업자들이 코 베어 간다”는 세간의 풍문

by 빵굽는 건축가

집이 완성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관찰자를 기준으로 몇 개의 시점(時點)과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볼까요?. 굳이 시점을 표현한 이유는 집이 지어지는 동안 집주인의 위치를 돕는 다양한 사람들의 눈높이와 위치가 시간을 따라 등장하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 같지만 건축주 외에 또 누가 마음을 담고 있는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간을 따라 주체가 되는 역할과 우리들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집을 지어야겠어”라고 생각하기 그 이전의 시점이 있습니다. 집에 대한 고민이 없던, 아무것도 없는 시점이겠지요, 이어서 ‘집을 짓고 싶다’라고 생각한 순간, 집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어느 날, 그럼 이제 지어볼까?, 땅을 준비해볼까? 설계자를 찾아야겠어라고 생각한 시점, 여기까지는 순전히 내 위치에서 집이란 것을 그리게 됩니다.

땅을 마련하고, 집 짓기를 위한 시작은 흔히 말하는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즉 현실에 그들의 눈높이가 등장하는 것이죠. 건축에 관련된 법이 존재하기 전에는 절차가 단순했겠지만 지금은 건축법뿐만 아니라, 국토법, 구조, 전기, 소방, 주차, 상하수, 환경, 도시계획법까지 연관된 법령들을 충족시키는 건축물이 되어야 법원등기소에 등기를 할 수 있고, 은행은 재산가치로서의 집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법과는 별개로 집이 완성되려면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 소위 말하는 건축가들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건축업자들이 코 베어 간다”라는 세간의 풍문이 있더라도 선택지는 넓지 않습니다. 각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내가 준비한 땅을 살펴보고 디자인을 하고, 장비를 불러 땅을 파고, 기초를 놓고, 벽이 서고, 지붕을 올리고, 전기와 설비, 상수와 하수를 연결합니다. 창과 문, 내부, 외부 마감 벽까지 일련의 과정에 그들의 전문성을 발휘합니다. 이과정에서 집주인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땅을 파고, 철근을 같이 자르고, 벽돌을 함께 쌓는 것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건축주는 비용을 착실하게 지급하는 관찰자의 시점에 위치할 것입니다.

완성된 집은 건축법에 맞도록 지은 각종 증빙서류를 준비하고 관할청에 제출합니다. 제출된 문서는 이 집이 법과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집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건축공무원에 의해 사용승인이 나면 등기소에 등기 신청을 하고 법적으로 존재하는 집의로서의 자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 과정 역시 건축주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까지는 건축가, 공무원, 작업자를 중심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일 년 동안 이어지는 전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집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건축주가 주체가 되고, 집이 지어지는 과정은 등장인물들이 주체가 되는 셈이죠. 집을 짓는 동안 건축주가 지켜보는 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바통을 이어받아야만 다시 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준공이 나고 이사를 하게 되면 이제 긴 호흡을 두고 생활하는 위치에서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승현이네와 황선생 집도 집주인에게 열쇠를 넘겨줄 시간이 다가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두 집의 공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이 들어오기 전에 벽돌 공사를 마치고, 온도의 영향을 받는 철물공사까지 마무리되어, 현장도 말끔해지고 있습니다. 현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팁을 공유합니다. 건축설계사무실에 입사한 초년생 시절에 현장 검수를 가면 눈이 크고, 검은 안경테에 늘 연필과 수첩, 헐렁한 슈트를 즐겨 입던 실장님이 두꺼운 중저음 목소리로 초보 건축가를 바라보며 “현장에 왔을 때 자재 정리가 깔끔하고,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현장은 걱정할 것이 없어”라고 들려주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부 나무 데크 공사를 앞두고 있는 두 집의 마당도 가지런해지고 있습니다. 공사를 위해 설치되었던 철재 가시설은 어제까지 정리가 되어 넓은 정원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집 마당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일하는 틈틈이 현장을 살피고, 다음 할 일들을 준비하는 현장 식구들의 모습은 지켜보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집주인처럼 늘 지켜보기만 하는 것 같군요.

더 추워지기 전에 온도 영향을 받는 작업들을 마무리하느라 무리했는지 목이 쉰 이 팀장은
“다음 주부터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그래도 벽돌 공사가 빨리 끝나서 전체 일정을 일주일씩 앞당겨 여유가 생겼어요. 도시가스가 연결되면 방수도 할 수 있고, 내부공사에 집중할 수 있겠어요” 집주인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많은 장면과 시점이 현장에는 가득합니다.

“이 팀장 목이 좀 쉰 것 같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래도 보일러가 설치되어서 이제 내부공사는 따뜻하게 할 수 있겠어. 방수공사 마치고 바로 타일 준비하겠구나, 타일 마치면 나무마루 하고 도배까지 얼마 남지 않았네. 고생했다.”

건축가들이 매 순간 어떤 시점으로 집을 보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집주인의 생활하는 농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연속되어 있고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가 이어져 있음을 보게 됩니다. 부지런히 걸어온 현장 식구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승현이네와 황선생은 살면서 어떤 생활의 농도를 누릴지 궁금해지는군요.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지어진 위치의 집에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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