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우리가족의 구성원은 어떻게 될까?

땅따먹기 하듯 나눈 장소들

by 빵굽는 건축가

쉬어가는 일요일 오후에 문자가 왔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다른 곳에 설계를 의뢰했는데, 잠깐 봐 주실 수 있을까요?”

일 년에 한두 차례 안부를 전하는 사이 기는 해도 마음으로는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땅을 사게 되었답니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땅을 사는 조건으로 건축설계와 주택 시공도 땅을 판매하는 회사에 의뢰를 해야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야 땅을 살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럼요 언제든 오세요, 마침 일요일이라 시간이 되네요. 안성 조합 사무실에 오셔서 이야기 나누어요”

오후 3시에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눈 후 받아 본 주택 도면은 ‘ㄴ’ 자 형태로 눈에 뜨이는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세히 도면을 살펴보니 지인이 살기에는 몸에 맞지 않는 그런 집이라고 할까요? 부부가 생각하는 형태는 갖추었지만 제한된 크기 안에서 땅따먹기 하듯 고정된 칸막이를 지나치게 많이 세웠습니다. 거실, 식당, 기도실, 침실 3개, 다용도실, 현관, 주방, 보일러실, 창고, 2개의 화장실까지 100m2(30평) 안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구조가 나왔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답답하고 꽉 막힌 집이 되었습니다.

건축주가 요청한 디자인이라지만 건축주는 집주인이지 건축의 전문가는 아니기에 부부를 위한 안내가 꼭 필요해 보였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필요 이상으로 짐을 가득 넣은 터질 듯한 여행가방이라고 할까요?

“아직 집을 지은 것도 아니고, 설계가 끝나고 공사를 시작할 때까지 여유가 있으니 부부가 먼저 집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설계자와 다시 집에 대해서 점검하고 5년, 10년 후 가족 구성과 살림도 살펴보고 처음부터 다시 해보면 어떻겠어요?”

제가 몸담고 있는 협동조합에 의뢰를 하거나, 일을 맡긴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살림하는 집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조건들을 갖추지 않고는 생활을 위해 어울리는 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현재의 생활을 포함해 10년 후 미래까지 내다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일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두 분은 필요한 면적이 30평이라고 하지만, 지금 희망하는 프로그램에 맞는 면적은 40평 이상 필요해요, 면적을 줄이고 싶으면 몇 개의 실을 합치거나 또는 덜어내는 것도 좋겠어요?”라며 가볍게 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지인들에게는 오늘처럼 가볍게 의견을 나누지만, 이미 결정을 다 해놓고, 확인을 받으러 와서는 평당 얼마에 해줄 수 있겠는지, 그려온 밑그림을 원하는 가격에 맞출 수 있는지를 타진하러 오는 분들도 일 년에 몇 차례씩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여러 이유를 들어 정중하게 사양을 하게 됩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전문가의 향취가 물씬 나기도 하지만 생활을 배경으로 하는 기초 서비스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 선생은 “집의 초심은 오두막”이라고 하였습니다.

꼭 필요한 장소만 남겨놓는다면 오두막 같은 장소만 남기 때문이겠지요.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옷이 이쁘다고 몇 겹을 끼워 입고 다니거나 여분으로 몇 개씩 더 들고 다니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것처럼 아주 가끔 사용하게 될 공간들 먼저 우선순위에서 지워 낸다면 단정하고 무겁지 않은 집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인들은 제 이야기를 얼마나 담아낼지 궁금해지네요. 이상 생활이라는 기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건축가의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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