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하철 유령
며칠 뒤 도서관 자판기 근처 벤치에 혼자 앉아 있다가 양추자와 마주쳤다. 내가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오늘 수업이 있어 일찍 온 거라고 했다.
“애는 어떡하고?”
원래 수업에 자주 늦지 않았냐고 물어볼 수는 없어 한 바퀴 돌려서 말한 건데 양추자는 정색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언니도 내가 수업에 늦는다고 생각해요? 난 한 번도 늦은 적 없는데 왜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나는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되어 “그냥 물어본 거야.” 하고는 커피만 홀짝였다. 양추자는 애는 누가 본다느니 하는 말은 일절 하지 않고 난데없이 휴대폰을 열더니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었다. 오다가 전철에서 찍었다는 사진은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누구야?”
“고등학교 때 친구, 아니 친구를 닮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고 나더니 소름 돋은 것 좀 보라며 자기 팔뚝을 보여 주었다. 그 친구는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살했는데 전철에 나타났다는 것이고 심지어는 이전에 입었던 스웨터를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옆의 사람과 이야기하는데 목소리도 같았다고 했다.
“그럼 안 죽었나 보지.”
“옆에서 직접 봤는데요? 고3 때 우리 교실에서 ‘너희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지?’하고 소리치더니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렸고 장례까지 치렀다고요. 그랬던 친구가 전철 안에 있다는 게 말이 돼요?”
나는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는 척했다. 좀 흐릿하긴 하지만 피부며 옷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귀신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양추자가 멈추지 않고 계속 거품을 물기에 나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너 그 스카프 멋있다. 새로 산 거야?”
“예쁘죠? 주운 거예요.”
재활용품 버리러 아파트 지하 창고에 내려갔다가 득템한 거라며 자랑하는가 싶더니 10초도 되지 않아 다시 지하철 귀신 얘기로 돌아갔다. 나는 화장실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변기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데 문자가 왔다. 양추자가 보낸 것으로 방금 자기가 한 이야기를 이러저러하게 소설로 쓰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짧은 토막글이지만 몰래 소설을 쓰면서 와신상담하고 있던 나를 기죽일 만큼 아이디어가 기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