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사이에서

쉼표로 남은 하루

by TODD

시간은 본질상 시작도 끝도 없지만,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늘 습관처럼 말하곤 합니다. "올해의 마지막",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이 말 앞에서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정리하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의 공원은 인적이 드물어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좋습니다. 한 해 동안 수없이 지나쳤던 벤치와 산책로, 그 위에 내려앉은 햇빛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데 오늘만은 그 빛의 온기가 조금 더 오래 머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시간도 이 순간만큼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처럼요.


우리는 연말이면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정리합니다. 성과와 실패, 남은 것과 사라진 것들을 마음의 저울에 올려놓고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죠. 하지만 중요한 건 평가가 아니라 이해입니다.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두려움과 어떤 희망 속에 서 있었는지를 조용히 돌아보는 일입니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그의 시 「네 사중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In my end is my beginning." (나의 끝에 나의 시작이 있다.)


이 문장을 곱씹다 보면 '끝'이라는 말이 조금 덜 쓸쓸하게 들립니다.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토요일은 무언가를 완전히 끝내기보다는, 다음 문장을 고르기 전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는 늘 계획보다 적게 해냈고 기대보다 더 많이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 덕분에 내가 무엇에 약하고, 무엇에 진심인지를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마음의 자세였는지도 모릅니다.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는 우리에게 이런 위로를 건넵니다.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시도했는가. 실패했는가.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그리고 더 나은 방식으로 실패하라.)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는 실패의 과정이라는 것, 이 문장은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줍니다.


공원 한쪽 벤치에 앉아 있으면 올해 놓쳐버린 것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말하지 못한 진심, 미뤄둔 선택, 조금 더 용감했으면 좋았을 순간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이상하게도 남아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끝내 버티며 지나온 하루들, 그래도 놓지 않았던 나만의 기준, 그리고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가능성들 말입니다.


마지막 토요일 오후의 공원이 주는 위로는 "지금 이 자라까지 오느라 수고했어"라는 인정입니다. 이 자리까지 온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시간을 용기 있게 통과해 왔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아니라, 다음 해가 아니라, 지금 이 오후에 잠시 숨을 고를 자격이 우리에게는 충분합니다.


해가 조금씩 기울고 공원에 그림자가 길어질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의미는 우리가 붙잡는다는 것을.


그래서 올 해의 마지막 토요일에는 거창한 목표보다 조금 더 정직한 기대를 품어봅니다. "내년에는 더 잘해야지"가 아니라 "내년에는 조금 더 나답게 살아보자"라고.


토요일 오후의 공원은 언제나 그렇게 끝과 시작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도 그 사이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의 올해 마지막 토요일, 그 쉼표에는 어떤 마음들이 머물고 있나요?

이전 20화허무함이 찾아온다는 건, 이미 많이 지나왔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