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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경험을 주는 사람인가요?”

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23

by TODD

브랜드는 '경험'이다: 진짜 브랜딩은 만나는 순간 시작된다


마야 안젤루는 사람들이 말이나 행동은 잊더라도 그 때 느꼈던 감정은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정이 진정한 경험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결국 브랜드는 공허한 감정 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


15년 전, 대한민국의 대표 광고회사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중요한 변화를 목격했다. 당시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멋진 광고 영상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었다. 고객들이 실제로 체험존에 들어서는 순간, 제품을 만져보는 순간, 직원과 대화하는 순간의 경험이 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을 깨달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업계 전반의 흐름이기도 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고, 단순한 광고 메시지를 넘어 브랜드와 고객이 '직접 만나는 경험'이 중요해졌다. 결국 우리가 소속된 부서의 이름도 'Brand Experience Group'으로 바뀌었다. 이미 그 당시에 브랜딩은 단순히 메시지가 아니라 '행동'이고, 소비자와 '어떻게 만나는지'가 핵심이 된 것이다.


경험을 통해 '신뢰'가 쌓인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약속하는 가치를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입증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 경험은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접점이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신뢰하게 만드는 본질적 근거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팝업스토어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브랜드들이 자신의 핵심 가치를 고객에게 직접 체험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일시적 공간 안에서 브랜드는 자기다움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짧은 시간, 작은 공간에서 고객이 '기억에 남을 만한 감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브랜딩의 핵심 전략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브랜드가 어떤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브랜드와의 만남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브랜드는 말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으로 남는다.


핵심경험(Core Experience)을 정의하라


하지만 모든 경험이 브랜드를 만들지는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핵심경험(Core Experience)'이다.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꼭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일관되고 전략적인 경험이다. 핵심경험이 명확한 브랜드는 고객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제품을 처음 개봉하는 ‘언박싱 경험’조차 브랜드 철학의 연장선으로 정교하게 설계한다. 박스를 여는 순간부터 사용자는 ‘Simple, Intuitive, Premium’이라는 핵심 가치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패키징은 하나의 극장이 될 수 있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애플은 제품이 손에 닿기 전부터 사용자가 브랜드를 ‘느끼게’ 하는 경험 설계를 통해, 말이 아닌 감정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브랜딩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그 경험이 일관될 때, 소비자는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퍼스널 브랜딩도 '경험의 설계'에서 시작된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외모나 말투를 넘어선다. 나와의 첫 만남, 이메일의 문장, 회의에서의 태도, SNS의 피드 하나까지 모두가 브랜드 경험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핵심경험이란, 나를 만나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일관되게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뢰감 있는 전문가'라는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외모와 말투, 문서 작성, 응대 방식 모두가 그 인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되는 경험은 브랜딩이 아니라 브랜딩의 실패다.


경험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이제 브랜드 경험의 무대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확장되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경험을 '소비'하며 감정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는 브랜드의 핵심경험이 퍼져나가는 강력한 채널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브랜드 체험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자신도 그 브랜드를 경험한 것처럼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이제 경험은 단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경험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는 감정의 공유를 통해 확산된다. 이 감정의 공유가 곧 브랜드의 확장이며, 새로운 시대의 브랜딩이다.


브랜드는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하고, 퍼스널 브랜딩 역시 '나의 피드 하나가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브랜딩은 '설득'이 아니라 '경험'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브랜드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경험을 믿는다. 그리고 그 경험이 반복될 때, 그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그렇기에 브랜딩은 더 이상 '어떻게 보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경험되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결국 타인과 감정과 메시지를 나누는 일이다. 그런데 이 감정은 말이나 이미지보다 '경험'이라는 접촉을 통해 훨씬 강하게 전달된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상대는 나를 어떻게 경험하게 될까?" 이 질문이 브랜딩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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