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랜딩, 정답만 외우면 왜 실패할까?

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24

by TODD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 수학을 어렵게 느끼곤 합니다. 실제로 교육심리학자들은 수학 불안(Math Anxiety)이 학업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합니다. 수학 불안은 단순히 과목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정답이 있는 문제’에 대한 압박과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정답이 주어지는 과목에 익숙해지면서,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힘보다는 정답 자체를 아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문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실전 과제들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브랜딩입니다.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가며 포지셔닝, 마케팅 전략,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 없는 문제를 스스로의 판단과 기준으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 즉 문제풀이 능력이 브랜딩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은 지도일 뿐, 여정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마케팅이나 브랜딩 이론들의 콘텐츠는 마치 문제집 뒤에 있는 정답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자산, 포지셔닝 전략, 소비자 행동 분석 등 이론들은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틀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론을 안다고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실제 브랜드 컨설팅 현장이나 마케팅 실무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복잡하고 맥락적입니다. 고객의 반응은 수치처럼 계산되지 않으며, 메시지의 효과는 실험실이 아닌 시장에서 검증됩니다. 따라서 이론은 필요하지만, 이론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경영학 교수인 크리스 아르기리스(Chris Argyris)는 이와 관련해 ‘이중 고리 학습(double-loop learning)’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를 돌아보고 수정해나가는 학습을 의미합니다. 브랜딩도 정답을 빠르게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풀어가는 학습의 연속입니다.


퍼스널 브랜딩도 ‘정답’이 아닌 ‘풀이 과정’이 핵심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갖습니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 역시 ‘000하는 법’이라는 정답처럼 보이는 콘텐츠에 의존하면 한계에 부딪힙니다. 포트폴리오, 이력서, 면접 스크립트 등을 외운다고 해서 자신만의 브랜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브랜딩은 자신만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 작성법”은 누군가에겐 유용한 공식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남들이 하는 방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해보는 시도입니다. 그것이 실패를 동반하더라도 말입니다.


퍼스널 브랜딩의 본질은 ‘나를 정답처럼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문제를 이해하고 정의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준 답이 아니라, 스스로의 고민과 탐색을 통한 ‘문제풀이 능력’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정답이 아니라 맥락이 중요한 영역이다


브랜딩에서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역시 ‘이렇게 말하면 된다’는 정답이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가이지, 내가 얼마나 논리적이었는가가 아닙니다.


심리학자 폴 왓츠라위크(Paul Watzlawick)는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One cannot not communicate)”는 유명한 명제를 제시하며, 모든 행동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우리가 의도한 메시지와 상대가 받아들인 해석 사이에는 항상 ‘해석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맥락을 조율하며 소통하는 유연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면접을 볼 때, 팀원과 협업할 때—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의 순간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정해진 ‘모범 답안’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상대, 상황,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조율하는 능력입니다.


정답보다 중요한 건 ‘직접 풀어본 경험’


브랜딩은 결국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문제를 푸는 과정입니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자신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고, 나의 정체성과 가치를 정의해 나가는 ‘자기 탐색의 여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스스로 풀어보며 쌓아온 경험, 즉 삶의 맥락 속에서 터득한 지혜가 진짜 브랜딩의 힘이 됩니다.


우리는 종종 ‘정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만, 정답은 외운다고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진짜 내 것이 되려면, 그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직접 부딪히고,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정답을 외우기보다 문제를 정의해보자.

‘왜 이 메시지가 효과가 없었을까?’를 스스로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의 방식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시도해보자.

모범 답안을 쫓기보다, 내 경험과 언어로 말해보는 것이 진짜 성장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는 오답이 아니라, 문제풀이 능력을 키우는 데이터입니다.


정답이 아니라, 지도를 그려보자.

브랜드든 개인이든, 중요한 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힘입니다.


브랜딩은 여정입니다.


이론은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지만, 길은 걸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정답을 안다고 해서 길이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면, 어느 순간부터 길의 맥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취업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지원자가 똑같은 '정답'을 외우고 있을 때, 정작 기업들이 찾는 건 자신만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하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 정답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사람. 정답을 아는 것보다, 문제를 풀어본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진짜 브랜딩입니다.


오늘부터 작은 실험을 시작해보세요. 남들이 하는 방식 말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그 실패조차 당신만의 브랜드가 될 테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은 어떤 경험을 주는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