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5) 상처를 정리하고, 경험을 나누다
글을 쓰면 꼭 좋아하는 일과 좋은 경험만 쓰게 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일은 내가 삶을 통해 겪은 여러 경험을 드러내는 일인데, 우리는 모두 삶에서 좋은 경험만큼 아픈 경험도 겪기 마련이다. 좋은 경험을 가지고 좋은 이야기하면 즐거울 것 같은데, 불쑥 가슴이 이유도 없이 답답할 때가 있다.
그 가슴의 답답함을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정말 화려하고 즐겁게 사는 것 같지만, 나는 막상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들어 스스로 자책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항상 한쪽으로 치우치면, 한쪽은 신호를 보낸다.
글은 솔직한 내 이야기를 적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만 하면서 나를 밝은 이미지로 꾸준히 그려가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아픈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평범한 사람임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글은 우리가 몰랐던 내 아픔의 깊이를 다시 헤아려볼 수 있게 해 주고, 상처를 아물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적으면서 좋아하는 일과 밝은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때로는 어떤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내가 겪은 아픈 경험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직접 겪은 경험 없이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 말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 문제를 말할 때는 늘 내가 겪었던 경험을 말해야 의견을 주장할 수 있었다. 평소 사람들이 착하게 보는 모범생이지만 뒤에서는 지속해서 대들지 못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가짜 모범생을 고발한 <가짜 모범생을 아시나요?>이라는 글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겪은 경험에서 나온 글이었다.
그 글에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는 피해 학생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고, 글을 적으면서 마음에 쌓여있던 약간의 울분을 덜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을 가할 수도 있었지만, 글은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오히려 응원을 받아 힘을 낼 수 있었다.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상처를 마주하는 일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이 상처를 소재로 하여 블로그에 글을 적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어떤 일은 객관적인 분석이 아니라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분석해야 좀 더 사람에게 와 닿을 수 있는 진실한 글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많은 논란이 되었던 SBS 다큐 <학교의 눈물>을 보고 나서도 나는 <전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본 학교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적었다. 그 글을 통해서 나는 조금 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학교 폭력이 계속 발생하고, 반성과 제대로 된 처벌 없이 세습되는 폭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는 학교 폭력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은 오직 장난으로 취급하는 행동을 직접 겪어보았다. <학교의 눈물> 제작진도 통계를 통해서 반성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실제로는 그 배에 달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눈물> 방송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하다.
당시 <전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본 학교의 눈물>은 공감수가 854개를 받았고, 약 42개의 댓글을 통해서 다른 학교 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댓글은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글을 쓰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은 방향으로 풀어내는 것만이 좋은 글이 아니다. 내가 겪은 아픈 경험으로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적는 것이 정말 좋은 글이다. 학교 폭력의 경험은 아직도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게 했지만, 글을 통해 상처를 다시 마주하며 좀 더 단단해질 수 있게 되었다.
폭력은 신체적 상처보다 심리적 상처를 입을 때 더욱 회복이 어렵다. 나는 몇 년 동안 그것을 가슴에 품고 괴로워했지만, 글을 통해서 피하기만 했던 상처를 마주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사람들은 나의 솔직한 고백을 의심하며 괴롭히는 게 아니라 등을 토닥여주며 응원을 해주었다.
이게 글을 통해 경험을 나누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런 글들을 적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못 본 척하며 '나는 사람이 싫어.'라고 고집하던 생각을 바꿀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어디까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블로그를 통해 솔직한 경험을 글로 적으면서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