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25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내가 가지게 된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적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쓸 때는 사람과 만나는 일을 아직도 피하면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혼자 집에서 드라마 혹은 예능을 보고 글을 적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그 현장의 이야기를 적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사람과 평범하게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도 '아, 이건 블로그에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키워드를 정리하여 글을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그 키워드를 글로 적었을 때 꽤 반응이 좋았다.
책 <덕업 일치> 읽은 연예부 기자가 된 OOO 씨는 방송을 보다 보면 '아, 이번 기사의 키워드는 이것이다!'이라는 느낌이 드는 키워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키워드를 찾아내는 게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청자의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키워드가 귀에 들어온다.
우리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은 어렵지 않다. 어떤 유명 인사에게 메일을 넣어서 따로 인터뷰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그 일은 웬만한 담력이나 실천력이 없으면 어렵다. 언젠가 그런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을 나는 가지고 있지만, 내가 제일 먼저 접근한 건 주위 사람이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 이건 글로 적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을 글로 적었고, 밥을 먹다가 옆자리에서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가 '이 장면을 글로 적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부분을 글로 적었고, 택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건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을 글로 적었다.
뒷장에서 소개할 <해외 홈스테이 다녀온 친구 왈, "한국 아이들 너무 불쌍하다">는 글은 친구와 이야기하다 적게 된 글이다. 처음엔 '내가 이 친구와 대화를 통해서 어떤 소재로 글을 적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적은 글은 포털 메인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이 읽었다. 댓글로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가진 문제점에 아쉬움을 토로하거나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정말 너무 힘드네요.'이라며 공감하며 어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저 지나칠 수도 있던 대화에서 찾은 작은 키워드가 대박 키워드가 된 것이다.
단순히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 사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는 거기서 많은 소재를 찾을 수 있다. 과거 글을 쓰는 사람이 산책을 하면서 글의 소재를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저 옹고집으로 내 이야기에 집중하며 오로지 1인칭으로 글을 적었던 초기와 달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3인칭으로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적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지금도 나는 종종 우연히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지하철에서 쉴 때 귀를 열고 다닌다.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의 성공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와 닮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에 더 쉽게 공감한다. 블로그에 글을 적으면서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에세이를 읽으면서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
만약 우리가 주변에서 듣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아주 멋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전 인간극장 작가였던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책에는 이런 글이 있다.
마지막 방송을 끝내고 돌아오던 퇴근길. 열띤 연애가 끝난 듯 맘이 홀가분했다. 그리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여전히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때 문득 인간극장 출연자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상, 웃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따뜻한 말 한마디에 벅찬 행복, 먹먹한 눈물에 담긴 희망.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솔한 삶이 펼쳐졌다. 그랬다. 살아가는 우리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이었다.
(본문 14)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는 내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만 주변 사람의 귀 기울이면 글을 적는 데에 가장 큰 매력적인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당장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공유해보자.
그 짧은 시도가 우리를 글을 잘 쓰는 블로거, 글을 잘 쓰는 작가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