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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Mar 25. 2017

30년 후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게 맞는 걸까?

 보통 어른이 20대를 향해 충고할 때마다 “네 미래를 보고 투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지금 놀려고만 하지 말고, 나중에 크게 성공해서 놀 생각을 해라.”라고 자주 말한다. 어른들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돈을 쓰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어른의 그런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분명히 어른들 또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삶의 지혜이기에 20대 청춘에게 그런 조언을 할 것이다. 내일을 준비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흥청망청 사는 일은 절대 성공한 삶을 향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조금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말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즐기면 안 되는 걸까?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30년 후를 위해서 돈을 모으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질문에 살짝 고개를 가로 젓고 싶다. 눈앞에 찾아온 기회가 30년 후의 나에게 또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다. 오늘 내가 버는 소득의 과반수를 먼 미래를 우해 투자하더라도 정말 30년 후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오래 전에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살이녀’로 불리는 한 여성의 삶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었다.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방송이 된 이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그녀의 삶에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녀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방송과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본 그녀의 모습은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오늘을 즐겁게 살고자 최선을 다해 사는 멋진 여성이었다.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독자에게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오늘 하루가 아닐까?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의 삶이란 찰나 안에서만 존재한다네. 이걸 알지 못하는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선’의 인생을 강요하지. 좋은 대학, 대기업, 안정된 가정 등 이런 선로를 따라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면서. 그래도 인생은 선이 아니라네. (미움받을 용기, 301)


 한때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읽어보면 무히카 대통령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물질이 아니라 시간이다.


 어른들의 말처럼 언제나 30년 후를 보고 직업을 선택하고, 돈을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 하고 싶은 건 그때 가서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른을 보면 막상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20대 청춘들을 보면서 ‘내가 네 나이였으면….’하고 후회만 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어른들은 우리 청춘들에게 ‘30년 후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불행한 이유가 그 시절 좀 더 미래를 보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 여기’에 해당하는 하루를 살지 않았기 탓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 내가 12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면, 적어도 60만 원 정도는 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집을 사기 위한 돈, 만약을 대비할 최소한의 보험 외에는 그게 옳은 선택이 아닐까?


 내가 무언가를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시간에 대해 인식해져야만 한다. 시간을 아껴서, 정말 좋아하는 일에,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일에 써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368)


 나는 블로그를 통해 얻는 수익 대부분을 그렇게 사용해왔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데에 쓰고, 인터넷 비용을 내고, 매달 적금과 주택 청약을 조금씩 넣고, 내가 배우고 싶은 피아노를 위한 레슨비로 사용하고, 필요한 생활비로 사용하면서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애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로그 시장이 좋지 않아 계속 마이너스가 되고 있어 어머니께 손을 벌리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무척 크다. 당시 돈에 여유가 있을 때 조금 더 저축해뒀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기존에 장기 계약을 한 보험의 부담감이 지금 너무나 크다는 게 문제다.


 당시 소득이 괜찮을 때 어머니가 어머니 지인 보험 상품을 하나 해줘야 한다고 해서 만기 30년 상품에 가입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보험이 꽤 부담이 된다. 오늘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투자라서 당장 해제하고 싶어도 환급하면 상당한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은 당장 중요하지 않은 30년 후를 보다가 생긴 일이다. 최근에는 최소한의 여유조차 거의 없어 힘들게 지내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 또한 분명히 중요한 일이지만, 그 준비가 오늘을 갉아먹는 일이라면 과연 옳은 일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나는 그것이 진짜 내 삶을 나답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이기적인 욕심으로 비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여유롭게 내 삶을 추구하는 일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삶을 추구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소비해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오늘의 시간을 포기할 만큼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한 건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던 사람은 그래도 조금 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오늘을 즐기지 못했던 사람은 조금 더 나를 위해 시간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어떤 답이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정한 결론이라면 그 답을 응원하고 싶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열심히 노력하고, 스스로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기에 타인의 의사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자기 이유가 있는 삶은 그것만으로 빛나는 가치를 지니고, 자기 이유가 있는 시간은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이니까.


 나는 작은 소득을 유지하면서 작은 소비로 균형을 맟추고 있다. 최근 일본을 통해 한국으로 건너온 미니멀 라이프 또한 그런 삶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물건을 버리고 알게 된 것은 반드시 뭔가를 이루거나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해야 할 일을 완수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좋아하게 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다."(본문 189,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바쁘게 흘러가는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30년 후의 나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일이 정말 현명한 선택인지 고민해보자. 이 고민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오늘 내가 조금씩 걸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 걸음에 분명한 자기 이유가 있다면, 조금 불편해도 절대 불행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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