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05-
매일 아침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길을 나서면, 아침에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중·고등학생의 모습과 직장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차가 줄지어 서 있는 차도에는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급한지 우회전하는 차도에 차가 멈춰 있으면, 곧장 귀가 깨질 정도로 경적을 울리면서 상대방에게 화를 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려면, 마치 직장으로 출근하는 자신의 삶에 화를 내는 것 같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지나가는 귀로 듣고 있노라면, 한사코 게임 이야기 혹은 지난 주말에 보았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적어도 학생들은 아직 숨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며 사는 듯하다.
우리도 학생이었을 때는 그랬었다. 매일 의무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학교에 가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학교에 함께 가는 친구와 만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버텼다. 비록 어른은 친구를 경쟁자라고 말하지만, 아직 그때 우리는 모두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 전선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는 일절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다. 내가 친구와 만나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는 그 순간, 나는 취업 경쟁에서 밀려나 낙오자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다.
이 같은 경쟁을 통해서 우리는 한때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를 과거형으로 가지고 있지만, 현재형으로는 함께 술을 마시면서 괴로움을 토하는 동업자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직장인이 괴로워하는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내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하고 있어서다.
우리 대다수는 평균 소득 264만 원(JTBC 팩트체크 : 윤호중 의원실‧한국납세자 연맹)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갑질을 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 이게 사회생활이다.'이라는 자책에 빠져서 소주잔을 맥주잔에 넣어 마시는 술을 마시면서 오늘을 잊으려는 밤을 보낸다.
끝없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우리는 '세상 살기 힘들다.', '복권이라도 되면 이 고생 안 하지.', '좋은 대학 가지 못한 내가 죄인이다.'이라면서 끝없이 자신과 세상을 향한 한탄을 한다. 빌어먹을 인생에서 살아갈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우리는 모두 작은 꿈을 가슴에 품고 있어 오늘을 버티고 있다.
그 꿈은 언젠가 먹고 살 수 있는 중산층이라는 계급이 두 손을 걸칠 수 있게 되는 것. 성공한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 고된 일을 하는 직장에서 상사의 갑질에도 입술을 깨물며 참고, 괴로울 때마다 술을 마시며 잊으려 하고, 힘들 때마다 담배를 피우면서 독을 몸에 쌓는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시작한다.
어디 더 좋은 근무 환경을 가진 직장이 없나 찾아 헤매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더 나은 곳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곳은 하층이니까!! 우리가 올려다보이는 중산층으로 올라가면, 조금 더 질적으로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고,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상류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성공한 중산층을 꿈꾸면서 반복되는 텅 빈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매주 다가오는 복권 추첨일마다 복권 판매소에서 긴 줄을 늘여가면서 로또 복권을 구매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데, 적어도 한 명은 되겠지. 그리고 그게 나라면 행운이고.'이라는 덧없는 바람을 품은 채.
오늘도 아침 해는 산 너머에서 떠오르고, 성공한 중산층을 꿈꾸는 우리는 건조한 콘크리트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한숨을 내쉬면서 발을 내디딘다. 졸업이 다가오는 대학생은 등을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에 허리가 휘어가고, 은퇴가 다가오는 직장인은 하염없이 의미 없는 숫자에 의미를 찾으려 한다.
어제 했던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웃고, 프로야구 승패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워했던 때를 잊어버렸다. 우리는 모두 하층에서 머무는 어른이 되어 오늘을 살아간다. 이 지독한 아침에 우리는 전날에 가시지 못한 독이 가득 찬 기침을 내뱉는다.
콜록콜록. 아, 독으로 가득 찬 도시의 아침 공기가 이렇게 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