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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Oct 27. 2017

트로피


어릴 때 학교에서 처음 받은 상장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성적이 좋아서 받은 성적 우수상, 글짓기 대회에서 인정 받은 상장.
나는 상장을 주변에 자랑했고,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이런 상장을 받았다며 자랑했다.

상장은 나를 자랑할 수 있는 트로피였다.

하지만 상장을 받았을 때 외에는 자랑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외모도 볼품 없었고, 말은 어눌해서 늘 지적을 받았고, 나 자신에 대한 작은 자신감조차 없었다.

나는 나를 자랑할 수 있는 트로피가 아니었다.

지금도 나는 종종 공모전을 통해서 상장을 받는다.
비록 최우수 상장은 아니지만, 내가 내 힘으로 해냈다는  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

아직 나는 나를 자랑할 수 있는 트로피는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자랑할 수 있는 트로피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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