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가끔 나는 스스로 '나 조금 이상한 것 같아.'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한테 어쩌다 보니 생긴 평범한 습관이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뭐야?'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지도 모르는 행동을 혼자서 자주 반복하는 모습은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은 혼잣말이다. 나는 TV를 통해 어떤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혼자 감탄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지난 일요일에 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알베르토의 나라 이탈리아를 볼 때도 혼자 호들갑을 떨면서 보았었다. 음, 어떤 식으로 보았느냐면…
"와, 도시 정말 아름답다! 언젠가 꼭 저곳에 들려서 저 풍경을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담고 싶어. 그렇지 않아?" - "そう‼︎景色がすごくきれいから‼︎まるで絵見たい‼︎日本のシンプルな景色も好きだけど、あんな美しい景色もいいね(응!! 경치가 정말 아름다우니까! 마치 그림 같아! 일본의 심플한 경치도 좋지만, 저런 아름다운 풍경도 좋네!)"
대략 이런 식으로 보았다. 혼자 일본어와 한국어를 뒤섞어가면서(웃기지만) 마치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듯한 형식으로 TV를 보았었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정색하며 '저 사람 어디 아픈 거 아니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을 때도 이런 식으로 읽는 게 평범하게 습관이 되어 있다.
늘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혼자 자문자답을 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린 거다. 이런 습관이 있어 나는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하면서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지만, 어떤 때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재미있는 것을 두고 혼자 이야기하다 상대방이 없음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때때로 내가 갑작스럽게 울고 싶은 기분이 들어 눈물을 흘리는 건 평소 이런 감정이 쌓여 있다가 한 번에 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릴 때는 울지 않은 날이 없었기에 울지 않으려고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고, 조금이라도 더 현실 세계를 잊고 싶어 책 속의 세계에 빠져들고자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지금의 나를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섭다고 억지로 다른 사람 사이에서 보내려고 했다면, 분명히 확률이 200%로 망가지고 말았을 테니까. 혼잣말과 종종 흘리는 눈물은 그런 나를 스스로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눈물은 사람의 눈에서 흘러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물은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동반합니다.
눈물도 마음을 전달하는 표현의 하나라는 뜻이겠지요.
인간이기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인간은 나약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운다는 것은 나약함을 인정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나는 거의 울면서 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p93)
윗글은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중 일부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의 작가 히가시다 나오키 씨는 우리가 평범하게 마주하는 작가가 아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씨는 7살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의 소개를 보고 내심 놀랐었다.
평범한 사람도 글을 적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평범한 의사소통도 어려웠던 그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을 하며 성장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달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글을 쓰는 데에 열정을 쏟으면서 작가로 활동하며 해외에 강연도 한 뛰어난 작가로 성장했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는 우리가 모르는 자폐증 환자의 특징을 부드럽게 감성을 두드리는 언어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더욱이 작가 히가시다 나오키가 바라보고 말하는 삶을 통해 미처 내가 바라보지 못했던 삶의 다른 부분을 상상해볼 수 있어 마치 맑은 빗소리가 탱탱 울리는 소리 같았다.
이야기 자체는 확실히 강한 지도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에 비해 우리의 마음을 확 이끄는 힘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여유를 가지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두려운 장애 자폐증을 가지고 있어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분명히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자폐증'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던 때는 <말아톤>이라는 영화를 본 것이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 어릴 적에 엄마와 함께 처음 영화관에서 보았던 영화 <말아톤>은 그 당시의 내게 큰 충격이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한 큰 감동을 받은 영화였는데, 지금도 기억이 제법 생생하다.
자폐증은 우리가 도무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애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는 교통사고를 통해 다리를 일시적으로 못 쓰게 되면 잠시 그 장애에 공감할 수 있게 되지만(내가 그랬었다.), 자폐증은 우리가 공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세계에 갇힌 자폐증은… 대체 무엇일까?
나오키 씨는 자신의 행동을 자기 의지로 통제하기가 어려워 자신을 고장 난 로봇 같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나오키 씨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면, 과연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책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에는 나오키 씨가 어릴 때 생각했던, 포기하지 않았던 그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때 나는, 평범한 나를 상상할 때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나는 쓸모없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행복한 자신을 상상하면서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나는 다른 누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꿈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내가 살 길을 심각하게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모습의 나도 나 자신입니다.
그것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니 이룰 수 있는 꿈도 있습니다.
마치 슬프고 괴로운 일 따위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상상 속의 나는 즐거운 표정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부럽지 않습니다. 상상 속의 나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또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상상이란 차원이 다른 가공의 세계입니다.
나의 행복은 현실 세계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p144)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자폐증은 무서운 장애다.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쩌면 모두 작은 자폐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내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셀 수 없을 정도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꼭 돈을 절약하기로 마음먹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소비를 했다가 후회할 때, 올해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해 스키니를 입어야지! 하고 결심했었으나 저녁에 치킨을 먹는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쉴 때… 이런 평범한 일만이 아니라 범죄에서도 그런 증상은 볼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자폐증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약한 부분이 겉으로 드러난 그런 사람을 보면서 우리는 동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차별로 발전해서 더 고립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폐증'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살고 있다. 세상을 아무리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우리는 세상을 언제나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박근혜는 무능한 대통령이고, 황교안 총리 후보는 총리 자질이 없다는 것도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른 사람은 분명히 나와 다른 세상 속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것이다.
책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는 상냥한 말투로 작가 히가시다 나오키 씨의 말을 통해 자폐증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마냥 두려워했던 그 장애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오늘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를 품게 해준다. 가볍지만, 깊은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옛날에는 '나는 세상에 불필요한 인간이다', '내게는 다른 사람들 같은 밝은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인생에 절망했습니다.
싫은 기억이 종종 되살아나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런 기억들을 끊어내지 않았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없었겠지요.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언제 끝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하나의 사건에 해설이 필요한 장편 소설이 아니라 단순 명쾌한 시를 써나가고 싶습니다.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