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학에서 들은 수업에서 '결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수님이 "지현 상은 결혼할 거에요?"라고 묻는 질문에 나는 "아니요."라고 답했지만, 강의에서 나눈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 한구석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결혼하는 일은, 아니, 그 이전에 누군가와 연인이 되는 일도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관심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남자 친구 있나요?"라고 말을 걸 용기가 없을 뿐더러,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면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말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정말 우리 삶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척 적어진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이라도 나를 더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도무지 이 일이 쉽지 않다.
<쉼표 다이어리>라는 책은 저자가 책에서 하는 질문에 답을 하고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쓸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면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토닥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막상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야 자신의 삶을 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인데, 나는 그런 가치관이 조금 애매모호하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에는 가치가 있지만, '나'에게는 가치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 '삶의 가치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가치를 찾는 게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마주하기 시작하고 약 10년의 시간을 통해 겨우 나는 이 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자신과 마주하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쉼표 다이어리>는 잠시 일상을 멈추고, 나를 마주하며 질문할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거나 나 자신과 질문하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막상 나 자신에게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쉼표 다이어리>를 통해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책에 적힌 질문을 곱씹으면서 나에게 물어볼 수 있다. 어쩌면 2018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당신을 믿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한 페이지에 적힌 질문을 남기고 싶다. 오늘 잠시 마음이 어지럽다면, 아래의 질문이 왜 내 마음이 어지러운지 알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비밀 일기 같은 형식으로 <쉼표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글을 적어본다면, 분명히 좋은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Q. 오늘 기뻤던 일이나 화나는 일, 슬펐던 일이 있어?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해보세요.
Q. 나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뭘까?
Q. 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