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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생각 일기
by 노지 Mar 09. 2018

치킨 때문에 일어난 흔한 형제의 싸움

우리 집은 치킨을 시키면 항상 순살을 먹는다. 자주 치킨을 시켜 먹는 내가 순살 치킨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남동생이라는 녀석은 늘 나한테 얻어 먹는 경우가 많다. 간혹 지가 직접 치킨을 사기도 하지만, 1년에 먹는 닭 100마리 정도 중에서 약 2~3마리가 그런 케이스. 늘 내가 먹고 싶어서 내가 시킨다.

어제도 치킨이 당겨 '치킨이나 먹을까?' 하고 있는데, 때마침 동생이 집에 있다고 해서 프라이드 양념 반 치킨을 시켜 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치킨이 도착하고 보니 순살 치킨이 아니라 뼈 치킨이었다. 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동생에게 따졌고, 동생은 "난 메뉴에 있는 대로 했다."라며 항변했다. 이 녀석은 평소 우리가 먹는 지점에서 시키지 않고, 요기요 어플에서 상위에 올라온 이상한 지점에서 치킨을 시킨 거다.

웃긴 일은 그 치킨집은 순살 세트 메뉴가 따로 없어 추가로 말해야 했는데, 동생 이 녀석은 맨날 자기 욕심을 부리는 '무 한 개 더 주세요.'라는 말만 적어서 주문했다. 나는 당연히 노발대발 화를 내면서 "왜 평소 우리가 먹는 지점에서 안 시키고 니 멋대로 시키노?"라며 동생을 나무랐다.

하지만 동생은 반성하는 기색 없이 혼자 계속 손에 치킨을 집고 먹느라 바빴다. '쳐묵쳐묵'이라는 의성어가 문득 떠오를 정도로 먹는 데에 집착하는 동생을 보면서 화가 있는 대로 난 나는, 치킨을 덜어놓은 그릇 자체를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야이 시발, 형은 안 먹을 거다. 버리라."라고 말했다.

그러니 동생은 "난 먹을 거라고! 아, 시발. 난 나갈란다."라면서 머리를 감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나는 동생에게 "니가 나가면서 이거 다 버리라."라면서 음식물 쓰레기 통과 함께 아직 뜯지도 않은 프라이드치킨 박스를 건넸다. 동생은 "알았다!"라며 고함을 치더니 터벅터벅 걸으면서 나갔는데, 잠시 후에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동생에게 물었다.

"니 나간다면서 와 집에 다시 왔노?"

동생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카드 두고 나갔다."라며 다시 옷을 벗고, 실내 차림을 하더니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니 안 나가나? 담배 냄새 존내 난다."라고 말했더니, 동생은 "안 나갈 그다. 빡 치는 데 담배라도 피워야지. 우짜라고."라고 짖어대며 컴퓨터를 했다.

기가 막힌 나는 끓인 라면이랑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이후에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방에 들어와 있었다. 도중에 동생은 "난 잘란다."라고 말하면서 방에 들어가 버렸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하는 게임 '바람의 나라'에서 밤 9시에 시작하는 천마전을 하기 전까지 캐릭터를 돌려가며 상급 구미호를 잡았다.

네이버에서 '나루토'를 검색해서 오랜만에 나루토를 보면서 천마전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다시 씻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 녀석이 또 나가네.'라며 혀를 찼다. 잔다는 녀석이 또 친구 연락을 받고 밖에 나간 건지, 아니면 일부러 밤에 나가려고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나루토 554화'를 보는 도중 어머니가 돌아와 컴퓨터를 끄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이 녀석은 들어오지 않았었다. 항상 밤에 나가서 다음날 새벽이나 아침에 들어오는 게 동생 녀석의 일상이라 어머니랑 함께 "참 팔자 좋다."라며 혀를 찼는데, 이 녀석이 어머니께 잔소리를 듣고 헛소리를 했다.

어제 나랑 싸운 이후에 곧바로 집을 나가서 나 때문에 집을 못 들어오고 있단다.

나한테 전화를 해서 "와 그리 또 싸워샀노. 느그들이 얼라가?"라며 잔소리를 하셨는데, 동생이 어머니께 했다는 말을 들은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생 녀석이 나간 건 밤 10시가 다 되어갈 때쯤이었는데, 무슨 내랑 싸우고 집을 나갔다가 내 눈치 보느라 집을 못 들어온다는 말인가.

나는 어머니께 진실을 말씀드렸고, 전화를 받지 않는 동생 녀석에게도 한 마디 하기 위해서 어머니랑 나랑 동생이 있는 단체 카톡 방에 "집에서 한참 누워 있다가 9시 넘어서 10시 다 되 갈 때 나가놓고 무슨 헛소리 하노. 저 새끼는 가만히 있다가 쳐 나가선 뭔 지랄 같은 소리 하네."라고 글을 남겼다.

동생 녀석은 카톡을 일부러 안 읽는 것 같았다. 동생 녀석도 지가 한 거짓말에 쪽팔리는 걸 아는 거다. 멋대로 노는 것처럼 나가 놓고선, 핑계는 내 핑계를 대면서 금방 들킬 거짓말을 했으니까. 참, 도대체 이 녀석은 아직도 지가 20대도 안 된 초딩인 줄 아는 건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쪽팔려서 어떻게 집으로 돌아올 건지 모르겠다. 뭐, 애도 아니니, 배고프면 돌아오겠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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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nohji.com)'을 통해 책과 사는 소박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히키코모리증 오타쿠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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