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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12. 2018

기도

만약 내일을 맞이하기 전에 작은 기도를 한다면, 나는 '부디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덜 후회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싶다.

나는 매일 밤 잠이 들기 전에 두 손으로 합장을 한 이후 작은 기도를 한다. 그 기도를 바치는 대상은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신이 아니다. 그저 내일의 나에게 바라는 내 모습을 오늘의 나에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거다. 누군가 보면 별 엉뚱한 짓을 다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지금, 여기'에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매일 밤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이후 플래너에 내일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A1~C3 랭크를 매겨 적어놓고, 이불을 펴서 잠이 들기 전에 합장하며 "내일은 조금 더 좋은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덜 후회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라며 나에 대한 다짐을 한다.

내가 이런 습관을 지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우울증을 앓았던 시절에 있은 책 덕분이다. 내일이 찾아오는 일이 싫었던 그 당시에 나는 어떻게 하면 하루를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책을 읽다가 오늘을 즐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고, 후회로 오늘을 보내기보다 후회를 줄이기 위한 오늘을 보내야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이 작은 습관을 늘 잠을 자기 전에 실천하고 있다.

사람은 늘 하지 못했던 일에 후회하는 법이고, 했던 일에도 '만약~ 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하는 법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후회 없이 살 수 있는 날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하고,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 때때로 지나치게 열심히 사는 데에 집착해 오늘의 행복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때 필요한 건 짧은 휴식인데, 나는 그 휴식을 취할 때도 '부디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덜 후회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라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휴식을 취할 때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한 번쯤 해보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휴식은 곧 내일의 기대와 설렘으로 이어지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휴식이 필요해서 하루를 통째로 쉬고 잠이 들 때도 '내일은 조금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이라며 내일의 나에게 미리 말을 던진 이후 눈을 감는다.

이 작은 습관을 실천하며 살아온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플래너에 적은 리스트는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라는 엉망진창인 상태가 아닌 이상 7할 이상은 실천해왔고, 그 실천은 조금씩 나를 바꾸면서 후회하는 날을 줄여왔다.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 게 아니라 내일의 나에게 기도하고, 오늘의 나에게 기도하는 일은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과정이다.

만약 오늘 당신이 후회하는 시간을 보내어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면, 오늘 밤부터 잠이 들기 전에 나 자신에게 다독이는 말투로 '내일은 조금 덜 후회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이라며 중얼거리는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처음에는 이불 킥을 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일이 익숙해지면, 우리는 점차 불확실한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지금, 여기'에 집중해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펼친 플래너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어떤 상황에서나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만큼 확실하게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_ 토머스 제퍼슨'


어떤 상황에서나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 결국 그 말은 늘 한결같은 자세로 오늘의 일을 대할 수 있는 자세를 말한다. 어제 하지 못한 일, 어제 잘못한 일에 후회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후회에 얽매여 자책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보내며 마음이 흔들린다면, 오늘도 우리는 후회를 늘리는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제의 후회를 확실히 반성하고, 후회를 덜 하기 위해 오늘 하루를 착실히 살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도 오늘의 내가 곧 있으면 올 내일의 나에게 기도한다.

'부디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후회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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