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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09. 2018

스마트폰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지금 여기서 보는 풍경을 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불꽃놀이를 볼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할 때,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가질 때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그 시간을 기록한다.

그런데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지금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과연 그게 제대로 된 걸까?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공유된 한 외국의 SNS 게시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유럽에서 열린 퍼레이드 광장에서 젊은 관객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들어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그 관객 중 눈길을 사로잡은 한 사람이 있었다. 백발이 선명한 한 할머니가 스마트폰 렌즈로 가득 찬 관객들 사이에서 혼자 웃으시며 눈으로 퍼레이드를 감상하고 계셨던 거다.

이 사진을 한 관람객이 게시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퍼레이드를 제대로 감상한 건 할머니 한 사람뿐이다."이라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퍼레이드를 있는 힘껏 감상할 수 있었지만, 모두 스마트폰의 작은 렌즈로 촬영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그 순간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걸 풍자한 거다. 만약 똑같은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솔직히 나라도 제일 먼저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서 동영상을 촬영해서 나중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을 것 같다. 아무리 4K 화질이라고 해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좋을 리가 없다. 그 순간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아니라, 한두 번 보고 말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본다면 굉장히 큰 손해다.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는 두 번 다시 없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지금 여기를 있는 힘껏 즐기는 게 진짜 삶을 즐기는 일이다. 동영상을 촬영해서 눈에 띄고 싶다고, 자랑하고 싶다고,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과학 기술이 따라잡지 못하는 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지금 여기를 놓쳐버리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는 데에 사진과 영상이 필요하지만, 기록보다 더 소중한 건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을 지금 여기를 있는 힘껏 즐기는 거다. 만약 당신이 어느 장소에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행사에 참여한다면, 사진과 영상 촬영은 최소한으로 줄인 채 그 순간을 듬뿍 즐기기를 바란다. SNS에 자랑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를 허투루 보내지 말자. 지금 여기는 잠시 후 과거일 뿐인 기적인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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