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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08. 2018

마음

만약 4월은 너의 거짓말의 미야조노 카오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있지, 미야조노. 너는 어떻게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걸 쏟아붓는 자세로 살 수 있었어?"

"우움, 너도 알잖아. 나는 오래 살 수가 없었어. 나에게 불확정한 미래는 없었어.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 있었을 뿐이지. 그래서 나는 지나면 과거일 오늘이라는 기적을 있는 힘껏 즐기고 싶었어. 그동안 망설이며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고 싶었지! 내가 안경을 벗고, 화장을 바꾸고, 내가 동경하던 아리마 코우세이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지!"

"지금이 안 된다는 마음.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는데, 막상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워. 다른 누군가가 너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어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것 같아. 넌 정말 대단해!"

"고마워.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나는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너도 음악을 좋아해?"

"응.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자주 망상에 빠지곤 해."

"헤에-? 어떤 망상? 들려줘, 들려줘!"

"조금 부끄러운 망상이라 말하기가 좀 그런데."
"뭐야뭐야뭐야?"
"음, 나는 보통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피아노 음악을 주로 듣는데…."

"응, 응."

"음악을 들을 때마다 종종 내가 저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내가 저 이야기의 주인공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도 해. 조금 어린 아이 같은 상상이지."

"헤에- 그렇구나.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응. 음악은 즐기는 데에 정답은 없어. 오히려 너처럼 음악을 들으면서 무한한 상상을 하는 게 진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지! 너도 알지? 내가 바이올린을 켤 때마다 얼마나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하는지, 그리고 아리마 코우세이의 음악이 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지!"

"사람을 상상하게 하는 힘?"

"맞아!@ 그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야. 진심이 담긴 건 어떤 형태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어. 그리고 그 진심은 그냥 절박해서 나오는 게 아니야. 지금 이 순간을 있는 힘껏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진심에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생겨. 즐겁지도 않은 일에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맞아.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은 더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도 늘 나도 모르게 대충하곤 했어."

"에이,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모범생이 아니네!"
"아하하하"

"넌 뭘 할 때가 가장 즐거워?"

"나 말이야?"

"응. 처음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을 때, 넌 제일 먼저 '내가 어떻게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 살 수 있었어?'라고 물었잖아. 그건 너도 그렇게 모든 걸 쏟아붓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 맞아. 나는 이야기를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정말 좋아. 나는 글을 쓰는 데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어."

"멋지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

"너와 아리마 코우세이 두 사람의 이야기처럼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이야기, 내가 만난 이야기가 이렇게 멋진 이야기였다는 걸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

"흠흠, 나와 아리마 같은 이야기라. 굉장히 높은 목표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쓴웃음)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도 없고, 글을 쓰는 데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에잇.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런 망설임조차 때때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 넌 우리의 이야기를 읽었지? 나와 아리마도 망설일 때가 많았어. 그리고 때때로 너무나 큰 아픔에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때도 있었지. 그래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와 아리마는 음악을 할 수 있었어."

"응…."

"넌 이가와 에미의 연주는 어떻게 들었어?"

"음, 정말 대단했어! 그렇게 있는 힘껏 마음을 부딪치는 연주는 처음이었지! 그녀가 연주한 쇼팽의 Winter Wind는 피아노를 배우는 나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야!"

"오오~ 대단한걸! 다음에 나도 들려줘. 어떤 연주인지 듣고 싶다!"

"아직 1장도 제대로 연주 못 해. 내가 이걸 연주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어쩌면 도중에 포기할지도 모르고…."

"또또 그렇게 말한다. 넌 이가와 에미의 연주를 보고 뭘 느낀 거야? 그녀의 연주가 있는 대단했던 건 힘껏 부딪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아마 그녀는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많은 걸 포기하고 피아노에 열중했겠지. 때때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컨디션 조절이 안 될 때도 있어서 엉망인 연주를 할 때도 있었지만, 아리마 코우세이라는 목표가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 그녀는 그 순간 최고가 되었어!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돼! 조금 돌아가더라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늘 목표를 올려다볼 수 있어야 해!"

"늘 목표를 올려다 본다라…."

"너도 알다시피 아리마 코우세이는 나와 만나기 전까지 엄청 심각했어. 그렇게 좋아하는 피아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지. 하지만 아리마는 다시금 목표를 찾아서 올려다볼 수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어! 여행을 떠날 수 있었지! 우리는 늘 여행을 떠나는 거야.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을 목표로 삼아 가시밭길도 헤쳐나가는 거지. 물론, 때때로 넘어져서 울고 싶을 때가 있을지도 몰라. 그때는 분명히 누군가 곁에서 손을 잡아줄 거야. 만약 누군가가 없다면, 다시 우리를 떠올려. 다시 음악을 들어. 다시 상상을 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껴봐! '좋았어! 다 상대해주겠어!!!!'라는 기운 넘치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가는 거지!"

"다시…!"

"그래! Again! 우리의 인생은 콩쿠르가 아니야. 콩쿠르는 한 번의 기회뿐이지만, 우리의 인생은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로 기회가 있어. 그 기회는 온전히 너만의 거야. 네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있는 힘껏 승부할 수 있다면, 너는 가장 멋진 이야기를 쓰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어!"

"내가 할 수 있을까…?
"에-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는 어떻게 살고 싶어? 너는 어떤 색으로 칠하고 싶어?"

"나는, 정말 재미있게 살고 싶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알록달록한 다채로운 색으로 주변 풍경을 칠하고 싶어!"

"그래! 그러면 된 거야! 나와 아리마가 지금 여기를 있는 힘껏 해낼 수 있었던 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색으로 칠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너도 할 수 있어! 친구 B!"

"친구 B?"

"응. 내가 처음 아리마를 친구 A로 불렀듯이 너도 친구 B로 부를게. 이 미야조노 카오리의 친구 중에 약하고 못난 사람은 없어! 너도 알지?"

"… 고마워."

"힘내! 우리는 언제나 네 안에 있어. 다른 사람이 너를 믿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는 너를 믿어! 힘들 때는 다시 우리를 떠올리는 거야. 넘어지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알지?"

"응."

"그럼, 여기서 이만 가야겠다! 친구 B! 내가 말한 거 잊지 마!"

"응! 정말 고마워! 꼭 다음에 쇼팽의 Winter wind도 연주해 보일게!"
"기대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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