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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07. 2018

있는 그대로의 나

만약 빨강머리 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저기 있잖아, 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어?"

"응? 당당하다니? 내가?"

"그래. 넌 항상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쉽게 기죽는 일 없이 누군가 자신의 험담을 해도 확실히 이야기하잖아?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할 거야."

"음, 이건 당당하기보다, 나는 내가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응. 너도 알겠지만, 내가 얼굴에 있는 주근깨 때문에 애들한테 놀림 받았었잖아? 처음에 나도 엄청 힘들었어. 왜 나만 이렇게 못생긴 주근깨가 있는 걸까 하고. 다른 애들처럼 피부가 깨끗했으면 놀림도 받지 않고, 더 예쁠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그 기분 나도 알아. 나도 자주 살이 쪘다고 놀림을 자주 받았었고, 발음이 어눌하다고 지금도 애들이 자주 놀리니까. 나도 살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고, 발음을 똑바로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도 쉽게 잘 안 되더라구. 그래서 정말 괴로울 때가 많아. 그래서 나는 나한테 더 당당하지 못한 것 같아."

"괜찮아. 나는 너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귀여워서 더 좋다고 생각해."

"에... 음, 귀엽다고? 에이, 누가 그렇게 생각하겠어? 앤도 참."

"아니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정말?"

"응. 나도 처음에 주근깨가 너무 싫었어. 어른이 되면 무조건 짙은 화장으로 가릴 생각을 했지. 하지만 이 주근깨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었어. 어떤 사람은 '그 주근깨 덕분에 앤 너라는 걸 알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 그게 너만의 매력이야.'라고 말해주더라구. 그래서 나는 이 주근깨가 나의 모자란 부분이 아니라 나를 특별하게 해주는 것으로 여기기로 했어. 그러니까 딱히 부끄럽지 않게 되더라."

"대단해!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어."

"치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돼."

"그렇지. 지금 이대로의 나라도 괜찮다. 하지만 쉽게 되지 않아서 힘들어. 너도 알지? 내가 중학교 시절에 왕따를 당했다는 거. 그때 줄기차게 들었던 험담이 '넌 생긴 게 악마다.' '넌 왜 사냐? 살 이유가 없잖아.' 같은 말이었거든. 정말 죽고 싶을 때도 많았어. 하지만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왔을 뿐이거든."

"울지 마. 괜찮아. 걔들은 분명히 나쁜 아이들이었지만, 넌 악마가 아니야. 이렇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인걸. 왜 사냐니. 그걸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가 사는 이유는 이제부터 생각하면 되는 거야. 누군가 놀린다고 해서, 누군가 내 삶이 가치 없다고 평가해서 내 삶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오늘 우리가 이렇게 들판에 앉아 파란 하늘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멋진 삶이야. 어쩌면 걔들은 이런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어서 너를 질투한 게 아닐까?"

"앤, 넌 정말 대단해. 그렇게 강하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으응, 아니야. 너도 대단해. 어쨌든 그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텨내고, 이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잖아? 사람들은 한 번 꺾이는 건 쉬워도, 다시 시작하는 일은 어렵다고 말해. 너는 다시 시작하고 있으니 분명히 대단한 사람이야. 용기 있는 사람이야. 너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 그럴까?"

"응! 내가 보장할게!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어.

'어떤 순간이든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믿어야 사랑이 찾아온다.'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괜히 다른 사람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마. 지금 그대로의 너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어. 너한테 일부러 나쁘게 말하지 마. 남이 그렇게 말하더라도 네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나 자신을 사랑한다라, 내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네."

"할 수 있어! 주근깨 빨강머리 앤이 보장할게! 아, 같이 한 번 외쳐볼까?"

"어어어? 뭘?"

"'나는 나를 사랑해!' 자, 너도 빨리!"

"어어어어어어……."

"에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다!'"

"나는… 나를… 사랑해!"

"그래! '지금 이대로 괜찮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

"다시 한번! 함께!"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다!""

"응응, 그래. 이제 좀 괜찮지? 조금 더 당당해진 것 같아?"

"응, 정말. 고마워 앤. 역시 넌 나의 최고의 친구야!"

"아하하하! 고마워! 너도 내 최고의 친구야!"




누구에게나 J처럼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고민하며, 때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고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움츠러들 필요도 없고, 고치려고 할 필요도 없다. 부족한 공간은 다른 장점으로 메우면 된다. 장점으로 무장한 나만의 갑옷을 입고서 부족하고 여린 나를 지켜주자.

괜한 꼬투리나 잡는 사람들이 당신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의 차가운 눈빛과 비웃음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만 묵묵히 가면 된다. (본문 322_지금 이대로 괜찮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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