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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an 10. 2019

그대로

만약 변하고자 노력을 했는데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인 것 같아도 너무 좌절만 하지 말자.

우리는 가만히 멈춰 있었던 게 아니다. 적어도 변하고자 시도를 해보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변하고자 투자했다. 비록 지금 당장 눈에 띌 정도의 차이는 없더라도, 우리 자신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소한 부분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나비 효과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그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일으킨 바람에 불과하지만, 그 바람이 결국에는 태풍이 된다는 가설이다. 나는 우리가 겪는 변화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태풍처럼 강한 변화가 생겨 어느 사이에 '어?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라며 자신도 놀라게 되는 날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여전히 자신을 크게 가지지 못하고,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어버버버' 할 때가 많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변하면서 차근차근 자신을 가지기 시작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10번 '어버버버' 하며 떠는 횟수를 적어도 지금은 7번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지금도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아. 잘할 수 있어. 난 해낼 수 있어.'라고 혼자 되뇌며 유튜브에 내 목소리를 담고 있다.

영상에 담긴 내 목소리를 볼 때마다 몸을 배배 꼬며 '아,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엉망이고, 발음이 좋지 않을까? 왜 노력해도 잘 안 되지?'라며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그래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더라도 처음보다는 나아졌기 때문이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처음보다 발음과 호흡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차피 타고 난 목소리가 별로 좋지 않고, 혀가 짧아 발음이 좋지 않으니 '그냥 이걸 또 하나의 재미로 삼으면 어떨까?'라며 약점을 그냥 하나의 포인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올릴 유튜브 영상 인트로에 아래의 글을 첨부하고자 정했다.


'주의'


이 영상의 목소리를 담당한 본인은 비염기를 앓고 있어 코막힌 소리가 때때로 나며, 살짝 듣기 거북한 숨소리가 함께 녹음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혀도 심각하게 짧아 발음이 좋지 않습니다.

만약 심신이 약하신 분이라면, 지금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아, 그래도 '좋아요' 한 번은 눌러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생각도 옛날의 나라면 하지 못했을 거다.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신선한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로 활용하자는 건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인정한 약점은 나의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책을 통해 배웠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이 가능한 색으로 칠한 콘텐츠'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남과 다른 건 부족한 게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다.

나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변하고자 노력해왔다. 내가 가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변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그 약점을 없애거나 바꾸는 게 아니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가진 약점은 그대로더라도 내가 약점을 대하는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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