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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an 11. 2019

무료

만약 오늘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료함을 강하게 느끼는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날에는 노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놀고 나면 또 '하, 내가 왜 그랬지?'라며 자책을 하게 된다. 특히 나처럼 오늘 해야 할 일을 어제 정해놓고, 그 일을 아침에 시작하면서 첫 번째 해야 할 일 목록을 했는데 갑작스레 '나른해. 아무것도 하기 싫어. 먹고 싶은 것도 없어. 뭔가 즐거운 게 없을까?'라는 기분이 될 때는 굉장히 난감하다. 분명히 지나면 내가 게으름을 피운 걸 100% 후회할 텐데,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아 나 스스로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른바 과거에 앓은 우울증 증상이 부활한 돌발 리턴 같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다.


첫 번째, 일단 우직하게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

두 번째, 기분 전환을 위해서 잠시 다른 일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

세 번째, 그냥 오늘 하루 스케줄을 통째로 비워서 마음 가는 대로 지내는 것.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상당히 비슷해 보이지만, 두 번째는 잠시 다른 일을 하며 휴식을 취한 이후 다시 해야 할 일을 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세 번째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모조리 X 표시로 그은 이후 마음 가는 대로 아무거나 하는 선택이다. 예를 들면, 집에서 그냥 뒹굴뒹굴거리거나 모자란 잠을 자거나 오랜만에 웃긴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보거나 하는 등.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료함이 강한 오늘 하루를 흘려보낼 수 있다.


사람은 때때로 충전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방전이 되었다고 보내는 몸의 신호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나처럼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돌연 리턴을 통해 갑작스레 '하, 내가 해봤자 뭘 하겠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강한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때때로 찾아와 익숙해지기도 쉽지 않은 이 무료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해야 할 일을 꼭 해야 하는데, 뭔가 하고 싶지 않은 기분.

참, 사람이 열심히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아하하하.

나는 세 가지 선택 중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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