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만약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후 미우 Feb 13. 2019

혼자 놀기

만약 조금만 더 혼자 잘 놀 수 있었다면, 나는 오늘을 더 즐길 수 있었을까?

나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낯설지 않다.

친구가 별로 없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도 잦았고, 짓누르는 듯한 공기가 흐른 집에서는 늘 방문을 닫고 방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혼자가 익숙해진 나는 거짓 모든 걸 혼자 해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팀별 과제를 하더라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룹으로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가 익숙해지니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딱히 나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시끌벅적하게 떠들지 않아도 시간은 유익하게 보낼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편안한 기분으로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는 혼자 노는 방식이 너무 틀에 박히고 말았다.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낼 때는 애니메이션 보기, 책 읽기, 글쓰기, 게임하기, 피아노 연습하기. 딱 이 다섯 가지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가끔 혼자서 산책을 하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쓸데없이 부산까지 다녀올 때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올 때도 있고, 전시회를 혼자 다녀올 때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혼자 노는 시간이자, 혼자 나의 일을 하는 시간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혼자서 더 잘 노는 사람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친구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음, 나는 인생을 나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때때로 '재미없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마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게 노는 거야?'라며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나 자신도 그런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정말 '이런 경험은 한 적이 없어! 처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신선한 경험, 그리고 그곳에서 오는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은 금기의 영역인 클럽 구경을 하러 가거나 새벽의 번화가를 걸어보거나. 그런데 그런 건 굉장히 날라리 혹은 전 일진 출신들만 하는 일이라는 편견이 있어 나는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없다. 어떻게 사람들은 그런 장소를 아무렇지 않게 간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좀 이상한 걸까?

조금 더 건전하게, 조금 더 유익하게 제대로 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진짜 제대로 노는 거라고 생각한다. 늘 반복하는 애니메이션 보기, 책 읽기, 글쓰기, 게임하기, 피아노 연습하기 외에 가끔 하는 전시회 가기, 산책하기, 자전거 타기 외에 혼자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놀이 같은 휴식은 뭐가 있을까? 만약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어 지금보다 내가 조금 더 혼자 잘 놀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오늘을 더 즐길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