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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Feb 12. 2019

비교우위

만약 우리가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면, 그 비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나는 우리가 남과 하는 비교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며 '내가 더 위야!'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깔보는 형태.

두 번째는 나보다 잘된 사람과 비교하며 '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이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는 형태다.

이른바 '비교우위'라는 거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만을 하거나 혹은 자신을 비관하는 모습. 이 모습은 전형적으로 스스로 자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자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만 아니라 언제나 더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곧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그렇다.

언제나 같은 상황에서 시작해도 더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했고, 시샘했고, 때로는 그냥 악의를 보낸 적도 있다. 그래서 한 번은 큰 일을 겪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라 쓴웃음이 나온다. 도대체 나는 왜 그런 말을 해버린 걸까?

솔직히 말해서 큰 악의는커녕, 사소한 악의조차 없었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그 말이 어떤 형태로 왜곡되면 사람들의 악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언제나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마다 조심하고자 애를 썼다. 그리고 되도록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를 하게 되더라도, 절대 그 감정이 '악의'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해왔다. 비교우위를 통해 스스로 자책하는 것으로 모자라 누군가에게 악의를 쏟아내는 행동까지 하게 되면, 정말 사람은 그것으로 끝장나버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내가 평소 즐겨 읽는 라이트 노벨에서 이런 대사를 읽었다.


"응…….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 그래서 어제 인터넷에서 이럴 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뭐래?"

"어른이 돼도 사회 같은 데서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뿐이어서, 되레 보면서 피곤해졌어."

"우하하. 꿈도 희망도 없구나."

웃고는 있지만 그건 치카 짱의 비아냥처럼도 들렸다.

"뭐, 인간이란 녀석은 그렇게 생겨먹었을지도."

"그렇게?"

"괴롭히는 걸 정말 좋아하는 생물이라고."

(중략)

어깨를 떨구는 나에게 치카 짱은 난처한 듯이 웃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 어쩔 수 없잖아."

"왜?"

"아마도 말이야, 즐거운 거야."

"즐겁다고?"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도, 사람을 폄하하는 것도."

"즐거워? 그런 게?"

"자신이 누군가 위에 있다고 느껴지거든."

"사람 위에 있다고……."


이 대사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거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니, 의식적으로도 인간이란 게 이런 생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위 대사의 주인공 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사소한 오해가 잘못된 추측을 낳으면서 무차별적인 악의 속에서 집단 따돌림 같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사실은 전혀 다른데, 주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똑바로 알지 못한 채, 망상 속에서 생긴 잘못된 추측과 그 추측에서 비롯된 악의를 두 사람에게 쏟아부었다. 이러한 모습도 넓게 보면 '비교우위'라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의 이기적인 모습이다.

언제나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강요받는 우리 사회에서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루저가 되어버린다. 그것도 단순한 루저가 아니라 주변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루저가 말이다.

"도대체 지금까지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이것밖에 안 돼?"라는 말부터 시작해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우리는 때때로 무덤덤하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이제는 상처 입고 아파할 정도의 마음도 남지 않아 죽어버린 눈으로 허공을 주시할 뿐이다. 이미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은 비교우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망가지며 다른 사람을 폄하하며 쾌락을 즐기거나 혹은 자신을 폄하하며 스스로 만든 새장에 갇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비교라는 건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거다.

한번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해도, '나는 괜찮아. 난 잘할 수 있어.'라고 수백 수천 번을 되뇌어도 자신도 모르게 '난 왜 이 모양이냐? 저 사람이 확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감정을 품게 된다. 내가 겪었던 경험을 이렇게 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어도 여전히 그렇다.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하며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마음과 남처럼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마음. 이건 사람으로서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동안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집중하며, 정말 힘이 들 때는 주변 사람에게 "나 너무 힘들어. 괴로워."라고 도움을 청하는 일이다.

오늘도 비교우위를 강요하는 이 잔인한 사회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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