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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Feb 11. 2019

화상회의

만약 얼떨결에 화상회의를 하게 된다면?

얼마 전에 받았던 뜻하지 않은 제안에 확실한 답을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화상회의를 했다.

그동안 소설에서 이야기로 읽으며 어렴풋이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스카이프를 난생 처음 사용해서 화상회의를 했는데, 처음 화상으로 통화하는 일이 낯선 시대가 아닌데도 경험이 없어서 살짝 긴장했었다. 더욱이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로 이야기를 해야 하니 더 그랬다.

하지만 막상 스카이프 전화가 걸려와서 통화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初めまして、私はノ・ジヒョンと申します。」

「初めまして、やのです。」


인사를 먼저 한 이후 서로 소개를 한 다음에 중간에서 소개해준 분과 함께 가게가 어떤 곳인지, 사장님이 기타큐슈에서 열리는 일본주 행사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어떤 홍보를 하고 싶은지 들을 수 있었다. 내심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며 망설여지는 일이었지만, 꼭 한 번 새로운 경험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서 "挑戦してみたいと思います。(도전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꿈 중 하나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막상 말만 했을 뿐, 행동으로 직접 실천할 기회가 별로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로 멈춰 있었다. 이번 제안으로 내가 제대로 시작해 볼 기회가 생긴 거다. 당연히 어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나는 그 일이 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올바른 동기에 의한 것인가?'를 물으면서 확실히 그렇다는 대답을 얻어야 했다. 이 일은 대학교 시절에 내가 대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타큐슈시의 지원을 받아 기타큐슈 인턴십을 한 일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국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기타큐슈 사람들과 가게를 한국에 소개하고, 인턴십 시절에 신세를 진 분들을 짧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당일에 화상 회의를 하면서 바로 날짜를 맞춰 부산에서 기타큐슈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솔직히 지금도 당일에 촬영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해보려고 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 일단 시작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모든 일을 해보는 거다. 처음은 낯설어도 또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처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걱정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더 잘 지낼 수 있었다. 대학에서 참여한 교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실수를 해버려 '하아' 길게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두 번째에는 더 조심스럽게 일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 받게 된 뜻하지 않은 제안도 지금 중요한 시기에 선 나에게 바로 그런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잘 소화하면 다음을 노려볼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만약 일이 살짝 꼬이게 되더라도, 또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경험으로 배울 수 있다. 그러면 충분하다. 커다란 욕심을 부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 처음에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날에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벌써 설렌다. 1년 만에 다시 방문할 기타큐슈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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