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는다면, 'YES OR NO' 중에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얼마 전에 일본 기타큐슈 인턴십 때 알게 된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상황은 이렇다.
라인으로 갑작스럽게 "노군, 자네 파워블로그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내가 원래부터 블로그를 하는 사실을 알고 계신 분이라 "음, 주변에는 그렇게 불립니다."고 답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평균 방문자가 얼마나 되는지 이야기하다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았다.
"일본에 한 번 올래? 내가 자주 가는 가게 사장이 숙박이랑 비행기 대준다고, 파워블로거 초대해서 홍보하기를 원한다. 넌 유튜브도 하니까, 와서 먹방 한 번 찍어라."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앗싸!'라는 기분보다 당황해서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 블로그를 운영해도, 블로그를 통해서 뭘 좀 홍보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는 쉽게 "네." 하고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대가 비용이 없거나 혹은 어느 정도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은 일은 과감히 "죄송합니다. 그런 건 제 블로그 테마랑 달라서…."라고 거절하지만, 어느 정도 나에게 이득이 되는 데다 욕심이 나는 일은 한동안 고민하면서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내가 오타쿠라는 사실도 아시는 그분은 "일본에 와서 피규어도 사 가."라고 덧붙이셨다.
솔직히 정말 구미가 당겼고, 이렇게 아는 사람의 제안을 받으면 해드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홍보 효과를 과연 내가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비용을 받고 하는 일은 그만큼 책임감을 지니고 해야 하는 일이라 개인적인 욕심으로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대충 블로그에 올리고, 영상을 찍어서 소개하는 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 과정에서 '나는 정말 내가 받은 만큼 다 했다.'라고 말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재차 물으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화상 채팅으로 그 가게 주인인 일본인 분과 나, 소개해주신 분이 함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이때 조금 더 고민해보고 '내가 책임을 지고 다할 수 있고, 상대방이 원하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라는 확신이 들면 "YES."라는 대답을 할 생각이다. 그동안 일본에 가지 못한 비행기 삯과 숙박비가 해결된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의 저서 <일심일언>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올바른 동기에 의한 것인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항상 자문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나는 자신에게 항상 이렇게 묻곤 한다.
"올바른 동기에 의한 것인가?"
이 같은 자문자답을 통해 내 '의도'의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다.
선이란 보통 좋은 것이다. 여기서 보통이란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한다'라는 의미다.
자신의 이익, 사정, 모습만으로 목표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끝까지 가려면 그 동기가 자신과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본문 168)
책에서 이 글을 읽은 이후 나는 항상 내가 무엇을 할 때마다 '왜 나는 이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질문과 함께 '올바른 동기에 의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거기서 분명한 이유를 찾고, 절대 개인의 이익과 사정만이 동기의 전부가 아닐 때만 항상 어떤 일을 하고자 했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욕심을 부리다가 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그때도 분명히 잘못을 후회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또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이번 일도 '올바른 동기에 의한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내가 상대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함께 하고자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렇게 해야 제대로, 잘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