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오는 손님

해마다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by 덕후 미우


가을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파아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어울려 얼마나 아름다운지 뽐내고 있다.


이런 가을에는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된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9월의 가을은 딱 사진을 찍기 좋은 날씨다.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뜨거움과

다가오지 않은 겨울의 차가움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지금의 가을 하늘이 더 청명해 보이는 이유가

습도가 낮고, 미세먼지가 적어 대기가 깨끗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것은 상관없다.

그냥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바람의 이끌려 파란 도화지의 그림을 감상하면 된다.


그런데 9월 가을에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아침과 저녁의 쌀쌀함과 낮의 뜨거움이

그 달갑지 않은 손님을 초대한다.


바로 환절기 감기다.

올해는 그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했건만

어느 새 벌써 내 몸속의 방으로 들여와 짐을 풀었다.


벌써 몸은 열이 나기 시작하고,

온몸의 마디가 쑤시는 게 몸살까지 왔다.

기침과 열과 몸살, 소화불량이라는 가족까지 함께 왔다.


아무리 가을이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절대 이런 손님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도 또 찾아와 눌러 앉았다.


아, 얼른 약을 이용해서라도 쫓아 내야지.

그런데 가을 하늘을 쳐다보니 이윽고 이것도 풍류이지 않나 싶다.

자기들도 오고 싶어서 왔을까? 그냥 가을이니 제 갈 길을 간 것뿐이지...


오늘도 그냥 흐르는 콧물을 닦으며

욕이 나올 정도로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뭐, 이 좋은 가을 하늘을 보여줬으니, 이틀 정도는 눈 감아주마.'



일상 014.JPG 김해 문화의 전당 벤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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