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이게 우리 본연의 모습이니까
사람이 좋아하는 날씨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
누구는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를 가장 좋아하고,
누구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를 가장 좋아하고,
누구는 태풍이 몰아치는 날씨를 가장 좋아하고,
누구는 뜨거운 여름 햇볕이 내려오는 날씨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는 비가 올락 말락 하는 추운 날씨다.
이 날씨에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정말 좋다.
시원하고, 비가 올 것 같은 기대감이 드니까.
비가 오는 날씨도 좋고, 맑은 날씨도 좋지만,
역시 나는 이런 쌀쌀하면서도 흐린 날씨가 좋다.
왜냐하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는 너무 많은 위화감일 들게 하니까.
우리는 그런 맑은 날마다 '아, 날씨 좋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비가 올락 말락 하는 추운 날씨나 비가 오는 날씨에는...
'오늘은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밥을 먹으며 작은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보다 이런 날씨가 좋다.
이 날씨는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이니까.
사람들은 인생이, 우리 사회가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를 바라지만….
그건 그냥 허황한 꿈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사회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비가 올락 말락 하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좋다.
마치 세상이 진짜 본연의 색을 드러내고, 냉한 바람을 부는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