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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Oct 14. 2015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 작은 의문을 품었다

첫 번째로 이야기할 주제는 지금 한국 사회를 이념 분쟁과 교육 분쟁으로 치닫게 하고 있는 국정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다. 며칠 전에 나는 블로그에 국정 교과서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내가 그런 글을 남긴 이유는 오직 하나다.

이 일은 잘못되었으니까.

역사는 언제나 승자에 의해서 기록되어왔다. 그래서 승자가 바뀔 때마다 역사는 항상 새롭게 쓰였다. 그런 거짓의 역사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 오늘날의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바로잡고자 했고, 우리는 깨끗한 역사 속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볼 수 있었다. 역사를 배우는 일은 이런 진실을 바로 알고, 앞으로 우리 인류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에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역사를 왜곡해서 더러운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은 있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승자로 추앙받는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과거의 자신의 일족에게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왜곡한다. 날조한다. 다시 새롭게 쓰려고 한다. 내가 한 행동은 잘못이 아니다, 열심히 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단골이다. 한국의 승자들은 모두 그런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하려고 해도 그 행동을 미화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바꾸어 자신의 입맛대로 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잘못을 잘못으로 보지 못한다면, 나중에도 잘못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계략이다. 악행이다. 모함이다. 날조다. 사기다. 惡.

그래서 나는 국정 교과서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지만, 글을 다 쓰고 생각해보니 '과연 이런다고 나에게 오는 이득은 무엇인가'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당연히 비판해야 할 일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반대글을 남겼지만, 이미 역사를 배우는 시기는 끝난 시점에서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밑에 자식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질없는 목소리에 불과했다. 왜 도대체 나는 그런 글을 남겼을까.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기록되는 법이다. 그리고 승자는 자신의 역사를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잘못을 숨기지 않고 사과한다면 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겠지만, 바보라는 손가락질도 함께 받았을 것이다. 승자는 아둔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내가 승자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내 집안이 친일에  앞장섰고, 지금 배부르게 살고 있다면 나는 과연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지금처럼 똑같이 비판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나는 그렇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어떤 사람은  한결같지 못하다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선택의 순간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입장을 바꾸는 법이다. 정의롭지 못한 것에서 항상 올곧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영웅뿐이다. 우리가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애니메이션에서,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영웅뿐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Hero이다.

그러나 나는 영웅이 아니다. 지금도  먹고살기 힘들어서 아등바등하는 한 명의 소시민일 뿐이다. 내가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지금 국정 교과서를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가능성의 문제이고, 이 문제를 보면서, 비판하는 나에게 든 의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품어 보아야 할 의문이기도 하다. 내가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이유는 패자로서 승자의 독식을 지켜보지 못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정의로운 도덕적 판단 기준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가.

우리는 모두 빙글빙글 도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역사는 바뀌고, 흐르고, 승자 또한 바뀐다. 언젠가 우리가 승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가 범하고 말았을 잘못을 떳떳이 인정하면서 죗값을 달게 받을 수 있겠는가.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지만, 마음에 남은 작은 일말의 의문이 가슴을 술렁이게 한다.



* 대표 이미지는 민중의 소리에서 가져왔습니다.


- 블로그에 작성한 글

* 국정 교과서 주도는 거꾸로 가는 헬조선의 끝장판 : http://nohji.com/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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