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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라 Mar 10. 2022

4. 강남은 어디인가?

강남의 뒤뜰, 소주 Suzhou

4. 강남은 어디인가     


장강(양쯔강) 하류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나온 하모도河姆渡나 마가방馬家浜 유적지가 말해주듯이 선사시대부터 토착민이 존재해왔다. 그 선사시대 사람들은 쌀농사를 짓고 남방식 집을 지어 살았다. 그러다가 북쪽, 중원에서부터 문자와 함께 문명이 발달하고 국가가 생겼다. 그럼 강남이란 장강 하류를 가리키는가? 

중국을 남과 북으로 양분한다면, 보통 회하淮河와 이어지는 진령산맥을 기준으로 북쪽을 북이라고 하고 그 남쪽을 남으로 본다. 회하 이북과 이남에 사는 사람의 유전자도 차이가 나며, 기후 및 자연환경도 확실히 다르다. 상고 시대 이래 춘추시대까지 중원의 선진 제후국은 회하 북쪽의 중원에 있었다. 황하주변의 중원국가가 보기에 회하 이하는 물길과 육로가 반복되는 소택지가 많아서 중원에서의 유용한 수단인 전차가 다니기에 불편했다. 중원 사람들은 회하 근처 혹은 그 이남에 사는 사람들을 회이淮夷라고 했고 회하북쪽에서 산동반도까지 걸쳐 있으면서 중원에 대항한 민족을 동이東夷라고 얕잡아 불렀다.      

상고시대엔 단순히 회하 이남, 혹은 장강 이남의 광대한 지역을 강남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북송과 남송을 거치면서 현재의 강소성 남부와 절강성 지역, 오吳와 월越이 좁은 의미의 강남이 되었다. 장강 하류의 남쪽, 태호를 포함한 지역부터 상하이 외곽 지역까지, 현재의 소주苏州, 송강松江, 상주常州, 자싱嘉興, 호주湖州를 오吳라고 불렀다. 소주 남쪽엔 황산에서 발원한 전단강이 동쪽으로 흘러갔는데, 전단강 하류 지역이 월越이었다. 지금의 항주 일부와 소흥이다. 오와 월은 원래 사람이나 문화가 다르지 않은 한 지역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吳는 강남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떠올랐고  ‘경제적 풍요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오吳나라는  기원전 춘추시대의 주왕족의 제후국으로 역사에 등장했다. 이 지역은 어미지향이란 별칭에서 알수 있듯이 기후가 따듯해서 벼농사가 쉽게 되었고, 태호의 풍부한 어류 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오랜 옛날부터 비단을 만든 지역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직조 비단이 발견된 곳은 태호太湖 주변의 호주(湖州 후조우)이다.  소주 주변엔 크고 작은 강남 수향 마을들이 여럿이 있다. 그런 대부분의 수향 마을들이 대부분 견직물이나 면직물 생산, 염색 등과 연관되어 있던 마을 들이다. 

   

나는 처음에 소주가 비단의 도시이자 진주의 산지라는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요즘 비단을 입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견직물을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없으니, 사람들의 말 말고는 소주가 비단의 도시라는 것을 알 길은 없었다. 또 내 기억 속에 비단은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 가는 귀중품이었고,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장안은 소주와 너무나 멀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북사탑(北塔報恩寺) 맞은 편에 있는 비단박물관(苏州丝绸博物馆)과 경덕로의 자수박물관을 마주치고서야 소주가 중국 역사 안에서 비단 중심지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북탑보은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보은사는 소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삼국시대 238년부터 251년에 사이에 건립되었고, 북사탑은 500년대 초반 건립되었으나 후에 화재로 소실 되었다가 재건과 보수를 거쳤다. 북사탑 위에 오르면 소주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반문풍경구 내에 있는 서광탑도 그렇고 목재로 누각을 만들어 팔층이나 십층 이상 쌓아 만들어서 그런지 위용이 있었다. 북사탑 아래엔 장사성기념비석(張士誠 1321년-1367년)도 있다. 내가 북사탑에 갔을 때는 장사성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해서, 그곳에 그런 비석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장사성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인물은 아니지만 소주와는 관련이 깊은 인물이다.        

내가 운하 풍경을 제외하면 강남에서 좋아했던 것은 대나무였다. 나는 소주에서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을 많이 봤었다. 광주리나 의자는 기본이고 가게 문을 닫는 샷시, 아이 유모차, 아이를 등에 업는 도구까지 다양했다. 소주에서 영암산에만 가도 산기슭엔 대나무가 울창한 숲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남쪽 지역에 비하면 소주의 대나무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이다. 사실 소주는 도시화가 많이 되서 사람들이 대나무같은 자연 재료에 그렇게 많이 의지 하지 않는다.  사천 혹은 그 남쪽에 가면 대나무가 일상생활에 정말 많이 쓰인다. 사천四川에 가면 촉남죽해蜀南竹海라고 해서 종일 가도 대나무만 끝없이 보이는 곳이 있다.   


중국의 남쪽 지방은 광범위한 지역이라 뭐가 특징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동북(만주)지방을 제외한다면 북쪽 지방보다는 남쪽 지역에서 쌀떡을 볼 확률이 더 높다. 나는 가끔 눈에 띄는 쌀떡 때문인지 북쪽 지방보다는 남쪽 지방에서 더 친밀감을 느끼곤 했다. 쌀로 만든 사치스런 음식이 소주에 있다.  나도 먹어본 적은 없고 방송에서만 봤는데 추안디엔船点이다. 뱃놀이를 즐기거나 배로 이동하면서 먹는 사치스런 음식인 듯 보인다. 배 위에서 인생을 즐길수 있을만큼 부유한 사람들이 살았던 동네가 소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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