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아직 한 여름이라 폼을 잡아도
아침에 느껴지는 한기는 가을이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또한
며칠 전 느꼈던 마음의 온도와는 조금 다르다
여름이라 갈증 날까 물을 많이 준 까닭인지
눈에 들어오는 몇몇 화분이 까칠하다
뿌리를 살펴보니 썩은 뿌리에서 냄새가 났다
미안한 마음에 하나하나 씻겨주면서 때를 벗겼다
환경을 바꿔주기 위해 우선 물병으로 옮겼다
묵은 때를 씻어 가뿐한지 물속의 뿌리들이 더 하얗다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며 칠전 지인에게 받은 아픔이 조금 아물고 있는 걸 느꼈다
나 또한 얽히고설킨 썩은 감정을 정리해야 했다
죽은 가지에서 올라오는 부패된 냄새처럼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썩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건 비통하다
인간관계의 가지치기는 썩은 식물과 다르게
쌍방의 감정이 있기에 더 어렵고 아프다
사람들의 오만함과 무지함을 다 받아들일 그릇이 안된다면
내 마음을 가지치기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의 거리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관계의 서먹함에 눌러앉아 있다면 내 마음도 썩을 것이다
마음의 온도가 높아져 삶이 풍요롭다면
관계의 가지치기는 언제나 필요하다.